인생은 서핑하듯
가장 뛰어난 서퍼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 순수하게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다.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는다. 좋은 파도를 고르는 것 자체도 선수들의 역량이다.
지금 경기가 펼쳐지는 해변은 파도가 좋았던 적이 없다.
선수들이 이런 상태를 불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
아마 서핑이 인생하고 닮은 점 아닐까 생각한다.
- 올림픽 서핑 해설위원
여러분, 서핑해보신적 있나요?
바닷가에서 물놀이 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몸에 힘을 다 빼고 파도에 내 몸을 맡긴채 물 위에 떠다니면 자연과 하나된 듯한 느낌에 온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입니다.
가장 뛰어난 서퍼는 순수하게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서퍼가 파도를 즐기지 못한다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우리의 인생도 바다위에서 파도를 타는 서퍼와 같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는 뜻이겠죠.
매순간 변화하는 삶 속에서 나만 홀로 예측가능한, 변화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고자 하는 마음과도 같습니다. 자연을 거슬러가는 삶은 얼마나 괴롭고 불안할까요.
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확실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지금의 이 삶이 마치 강물에 내 몸을 맡기고 두둥실 떠내려가는듯이 정말 편안합니다. 어차피 인생은 한치앞을 모르는 것 아니겠어요? 사람들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해온 것이 사실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전 너무 일찍이 알아버렸습니다.
인생은 강물에 내 몸을 맡기고 강물이 흐르는대로 흘러가는 것이더라구요. 흘러가지 않기 위해 물 위에 집을 짓고 밧줄로 집을 묶는 노력을 해봤자, 그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일뿐이죠. 강물에 몸을 맡기면 전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고, 자연과 하나될때 사람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자연과 하나된 지금의 제 삶은 아주 가볍고 행복합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것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이제 겨우 안정되었는데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따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저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 흐름에 나를 내어줬으니까요.
자연과 하나되면 모든 것이 때에 맡게 나를 찾아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귀한 경험들을 마주하면서 더욱 자연의 흐름에 하나된 삶에 확신을 느끼게 됩니다.
물살을 타고 둥둥 떠다니는 절 보며 걱정하는 이들에게, 흘러가는 물살 위에서 정착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함께 흘러가는 것이 훨씬 덜 힘들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한번쯤 몸에 힘을 빼고 흘러다녀보면 이 얼마나 가볍고 좋은 삶인지 바로 알텐데 말이에요. 그 물살이 날 더 멋진 곳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른답니다.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인간관계 고민으로, 직장에서의 어려움 때문에 감정의 파도가 지금 나를 휩쓸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저 그 파도에 나를 맡겨보세요.
저는 '행복한 상태'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사람입니다. '난 항상 행복해야 해'라는 일종의 강박때문에 조금만 슬프거나 우울해지면 친구를 만나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스스로를 바쁘게 만들어서 그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애써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감정을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 큰 감정의 파도가 몰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억지로 피한 작은 물결이 모이고 모여서 나중엔 결국 피할 수 없는 큰 파도가 되어 나를 쓸어가더라구요.
작년에 두달 간 아주 깊은 무기력에 빠져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제 삶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버린 무기력함이었어요. 더 이상 원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기대하는 것도 없는 희망을 잃은 상태였죠. 저는 그냥 저를 그 무기력 속에 내버려뒀어요.
'그래 마음껏 무기력의 파도 속에서 헤엄쳐보자. 살면서 똑같은 파도가 오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만난 이 무기력의 파도 또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감정이야. 이 감정이 나를 통과해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기다리자.'
무기력에서,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우울한 날들이 길어집니다.
내 감정의 저 밑바닥을 만나고 와야 다시 힘차게 표면으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물에 빠졌을 때 온몸에 힘을 준채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은 물 속으로 빠지지만 몸에 힘을 축 빼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둥실둥실 편안하게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것처럼요.
물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기듯 내 감정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기면 편안하게 그 감정을 느끼고 벗어날 수 있습니다. 깊게 의식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그 순간이 다시 열심히 살아갈 에너지를 주기도 합니다. 그 당시에는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시기에 비축해둔 에너지가 다시 스스로를 생기 있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니 내가 견디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가 날 찾아왔다면 벗어나려 하지 말고 그저 날 휩쓸고 통과해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세요. 그 순간의 내 감정을 더 깊게 느끼고 관찰해보세요.
어쩌면 우리의 삶이 괴로운 이유는 순간 순간 떠오르는 감정의 파도를 즐기지 못하고 그 파도를 잠재우려고 애쓰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람의 힘으로 자연의 파도를 막으려고 하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요.
우리의 인생도 서핑하듯 살아간다면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밀려오는 수 많은 인생 파도를 막을 수 없다면 그저 몸에 힘을 빼고 파도를 즐겨보세요.
그러다보면 그 파도는 또 지나가고 새로운 파도가 날 맞이해줄 것입니다.
그 파도가 좋은 파도이든, 힘든 파도이든 불평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가오는 파도마다 최선을 다해 흘려보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자 마음가짐입니다.
이렇게 살아가면 미래가 두려움 보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내 삶이 불안하고 두렵기만 하다면,
"앞으로 나에게 밀려올 파도를 막을 순 없지만 그게 무엇이든 난 그 파도를 즐겨야지. 그 파도가 날 더 멋진 곳으로 데려다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해보세요.
제가 좋아하는 시를 소개해드리고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 잘랄루딘 루미 (회교 신비주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