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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의 시작과 끝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by June H


밤 사이 차가워진 땅은 공기 중에 수증기를 만들어낸다. 이때가 되면, 어느 풀잎 위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던, 먼지와 같은 미세한 입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증기를 한 데 끌어 모은다. 얼마 뒤, 미세한 입자 주위로 수증기가 어느 정도 모이면 그것은 물이 되고, 마침내 이슬을 이룬다. 이른 아침, 코끝으로 들어오는 차갑고 습한 공기를 느끼며, 무심코 본, 풀잎에 맺힌 이슬은 그렇게 나에게로 온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이른 아침을 지나, 태양이 땅에서 점점 멀어지면, 땅 위에 옹기종기 모여 떠다니던 수증기는 뜨거운 햇빛을 받아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이때가 되면, 이슬이 이슬일 수 있는, 그 경계를 이루는 아주 작은 물 분자들이 몸을 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떨어져 나가듯, 태양의 부름을 받고 하나 둘 기체가 되어 어딘가로 비행에 나선다. 이슬은 먼 여행을 떠난 이들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점점 안으로 수축한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자연히 이루어냈던, 그 한 점을 향해 서서히 걸어 들어간다. 쥐고 있던 모든 것을 놓으며.


모든 것이 지난 후에, 이 일은 어떻게 기록될까? 그것은 한 점으로의 수축이었을까, 무한한 팽창이었을까? 아니면 희미해지는 경계를 통해 완전히 동화되는 것이었을까? 누구도 그것을 볼 수도, 알 수도 없다. 그렇지만 바라건대 그 여정의 끝이 한 점으로의 수축만은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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