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 더 살게 해 주세요
우리 가족 모두는 아버지의 긴 병원 생활이 이어지는 동안 다시 집으로 돌아오실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적처럼 깨어나 4년을 살고 거짓말처럼 갑작스럽게 가버리셨다.
그때 나이 43세, 참으로 젊은 나이셨다.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엄마는 후회 섞인 한마디를 하셨다.
"내가 조금 더 욕심을 부릴걸, 왜 4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을까"
엄마는 아빠가 병원에 누워계신 내내 마음속으로
"제발 우리 남편 더도 덜도 말고 4년만 더 살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다고 한다.
그런 엄마의 기도가 기적처럼 이루어진 것이다.
의식 없는 상태로 누워계시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을 찾아 어디 하나 상한 곳 없이 건강한 상태로 퇴원을 하셨고, 4년 동안 우리 모두는 너무나 평온한 삶을 살았다.
사업에 지쳐계셨던 아버지는 퇴원하고 얼마 후 대기업 현장직에 취직을 하셨다.
그 덕분에 하루하루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다.
새집을 사서 이사도 하고, 이사한 집을 가족들과 함께 직접 수리해 가면서 꿈같은 삶을 살았다.
"아빠 우리 이제 부자야?"
"그럼 아빠가 돈 많이 벌어서 집도 사고 했으니까 부자구말구"
"우리 이제 빚 없어?"
"아빠가 돈 많이 벌어서 다 갚았지"
"나도 커서 돈 많이 벌어서 엄마아빠 집 사줄 거야"
"하! 하! 하! 우리 딸이 돈 많이 벌어서 집사주면 아빠는 뭐 해야 하나?"
이런 대화를 하며 웃기도 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던 경제생활이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한 대화였다.
아주 어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풍요롭고 웃음 가득한 삶의 기간이었다.
아빠와 살았던 삶의 기간 중 가장 평온하고 행복했던 기간이었다.
다른 평범한 가정처럼 말썽 부리는 자식들 단속 치면서, 남들 TV 샀다고 하면 아빠도 큰 TV를 사서 집에 돌아오셨고, 힘든 때 옆에서 부모의 빈자리를 대신해 주었던 이모와 함께 식사하며 노래하던 그런 날도 있었다.
엄마의 마음속 희망으로 이루어진 기적의 4년이었을까?
아마도 엄마의 후회 섞인 한탄처럼 더 많이 욕심을 부렸다면 이마저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감사히 생각하기로 맘먹었었다.
엄마가 바랐던 4년은 오빠와 나 둘만이라도 초등학교 졸업하는 날을 생각한 4년이었다고 한다.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래도 그 어려운 평범함을 위해 늘 마음으로 바람 섞인 기도를 한다.
부디 우리 가족 모두가 평범하게만 살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