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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감나무의 추억

한 나무아래 다른 추억

by 멍냥이

어린 시절 우리 집 뒤뜰에는 아주 커다란 아름드리 감나무가 있었다.


아빠가 감나무에 그네를 달아 주셔서 심심하면 그네를 타며 시간을 보내고는 했었다.

늦은 봄 따사로운 햇볕아래 그네를 타고 놀다 보면

후드득 감꽃이 떨어지며 머리를 스쳤다.

또 그렇게 감꽃이 떨어지는 계절에는

달달하다며 먹어보라시던,

또 감꽃을 줄에 엮어 목걸이를 만들어 걸어 주시던 아빠의 선물 같은 추억이 있다.

아마도 나의 아버지는 장난기도 많고, 화도 많은 분이셨지만

낭만도 많은 분이셨나 보다.


감나무에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나와는 달리 오라비는 참으로 상반된 추억을 지녔다.


오빠는 집에 있는 쌀을 가져다 팔아 젤리를 사 먹는 등 예측불허의 사고뭉치였다.

그날 오라비가 정확히 무슨 사고를 쳤는지는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엄마가 매우 화가 나서 혼줄을 내주려 하는데

날쌘 오라비가 요리조리 도망 다니면서 엄마의 약을 올렸다.

엄마는 오빠를 가만히 지키고 계시다가 기어코 붙잡았다.

그리고는 도망가지 못하게 감나무에 묶어 버리셨다.


오빠는 순순히 응하지 않고 꾀를 내는가 싶더니,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아이코, 사람 잡네~~~, 이 집 장손 죽네~~"

하지만 엄마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냥 보고 계셨다.

오빠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얼마 후 오빠의 계획대로 고함소리를 듣고 할머니께서 등장하셨다.

정말 오빠의 장난과 잔머리는 말릴 수가 없었다.

묶인 손주를 보신 할머니는 엄마를 심하게 꾸중하셨고,

오빠는 바로 나무에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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