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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센트 Mar 30. 2024

겨울날의 에세이 - 2

이별 <下> - 12월의 꽃

첫 만남이 끝나고 평소처럼 일상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날씨는 추운 바람과 함께 겨울이 되었다. V와 유니스는 몇 번의 만남을 통해서 알아가면서 서로가 좋아하는 것들과 관심사 그리고 가지고 있었던 상처까지 공감할 수 있어서 어느새 서로 친한 사이가 되었다. V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도중에 그녀의 연락을 받았다.


“혹시 이번주 금요일에 시간 괜찮니?”


유니스가 물어보자 V는 자신의 일정표를 확인하고 그녀에게 답을 주었다.


“딱히, 일정은 없어요.”

“그럼 그날 밥 먹을래?”

“네. 좋아요.”


갑작스러운 그녀와의 약속이지만 V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와 약속을 잡았고 금요일 일정을 비웠다. 그의 직업 특정상 추가 근무가 생기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외주 관련된 업무들이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으니 이번 약속에 지장이 없도록 회사 업무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일도 미리 해결해 놓기로 하였다. 시간이 흘러 약속했던 날이 다가왔고 V와 유니스는 만나게 되었고 그녀가 알아온 맛집에 가서 밥 먹으면서 간단한 술 한 잔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고민을 얘기했다.


“다음 작품을 하나 준비하고 있는데 제목을 뭘로 할지 아직 못 정했어.”

“내용이 어떻게 돼요?”


전 편에서 설명했듯 유니스의 직업은 작가이다. 아직은 유명한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에 작가에 관심 있었던 그녀에게 있어 작가는 꿈이자 목표였기에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내용은 성장일기와 비슷하다고 했다. 12월에 마감을 생각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V는 생각난 아이디어를 말했다.


“성장일기니까 꽃이 개화하는 것과 마감기한인 12월을 생각해서 12월의 꽃은 어때요?”


그의 아이디어에 유니스는 마음에 크게 와닿았는지 감탄했다.


“오 그거 좋겠다! 벌써 정해졌어. 다음 책의 제목은 12월의 꽃이야!”


해결된 모습에 V는 자신이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던 점에서 뿌듯했었다. 그리고 V는 만났을 때부터 그녀를 봤을 때 평소에 활기찬 그녀와 다르게 매우 우울해 보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전 애인과의 이별과 최근에 취업했던 회사의 부당한 해고로 인하여 매우 힘들어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잊고 있었던 시간들을 겪는 거도 힘든데 덤으로 권고사직까지… 진짜 나 어디까지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어.. 요즘 너무 힘들어..”


처음으로 그녀가 V에게 하소연을 했다. 이별이라는 상황에서 그동안 함께해 온 모든 시간들이 전부 무로 돌아가서 생기는 공허함 그리고 그 공허함에서 생기는 슬픔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극복해야 하는 시기에 갑작스러운 안 좋은 일이 생기니 유니스가 감당하고 있는 감정들이 매우 힘들었을 거다. V는 그녀의 사정을 듣고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었다. 그녀가 좀 진정되자 고맙다는 말과 함께 V에게 다 먹었으면 노래방 가자고 했다.


“저번에 네가 커피 사줬으니까 여기는 내가 살게!”

“고마워요 누나. 잘 먹었어요.”


둘은 노래방 가서 정신없이 놀았고 같이 노래 부르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었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은 역시 신나게 놀면서 그동안 쌓였던 업무적인 스트레스를 푸는 건 누구나 좋아하는 소확행이었다. 그 소확행을 즐기는 사이에 V는 그저 친구로서의 호감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유니스 또한 서서히 그에 대한 감정이 사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놀고 늦은 시간이 되자 V와 유니스는 각자 있을 다음날의 일정을 위해 헤어지기로 했다. 재밌게 놀고 막상 헤어지려고 하니 매우 아쉬워했었던 서로였지만, 뭐 그날만 날은 아니니 다음에 만나기를 기약하려 했다. V는 결국 자신의 감정을 누르지 못한 채 유니스에게 말했다.


“저 누나 좋아해요. 저랑 만나볼래요?”

“응.. 응??”


당황한 그녀였지만 자신도 V를 단순한 친한 동생이 아닌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고 끝내 둘은 사귀기로 했다.


“좋아. 우리 사귀자.”


이 둘은 서로 사귀게 되었고 다음을 만나기로 기약하고 서로 집으로 갔다. 각자 집으로 가는 길에 전화하면서 서로가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게 해 주었고 설레는 감정을 가득 채우면서 집으로 향했다. 사귀기로 한 지 한 달이 지나자 V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자 하고 있는 직업인 디자이너로서의 업무를 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일에 치여서 취미를 가지질 못했다는 점에서 자신이 유니스에게 책의 제목을 정해주었던 날을 기억하면서 글을 써보기로 했고 그게 취미가 되었다. 그리고 유니스 몰래 그녀의 책을 한 권 사서 읽어보기도 했고 어느 순간 글쓰기는 그의 취미가 되어버렸다. 이들의 연애는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 찬 연애였고 때때로 다투기도 했지만 서로 포기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교제하는 내내 나타나는 의견차이와 자주 일어나는 다툼 속에 서로가 지치기 시작했고 어느새 둘의 사이에 끝이 보이기 시작한 듯 유니스는 V를 피하기 시작했고 V는 그녀가 자꾸 자신을 피하려고 하자 답답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다. 결국엔 이들도 이별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 헤어지자.”


“네?”


그녀의 이별 선언에 당황한 V였다. 유니스는 그와의 이별을 원치 않았지만 자신이 그동안 느꼈던 감정들을 V에게 말했다.


“사실 나 초반에 너를 사랑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 하지만, 기댈 사람이 필요했고 너와 연애를 하면 좋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에 힘들었지만 계속 너와 만나왔었고 최근에 우리가 너무 자주 다투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내가 지치더라.. 힘든 거 알지만 나를 놓아줘..”


그녀의 말을 듣고 V는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 상황을 부정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유니스와의 연애는 생전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었고 행복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해 준 그녀였기에 더더욱 부정하고 싶었다. 그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가득 채워지고 있다. 최선을 다해 유니스라는 한 여성의 꿈과 목표를 응원하면서 동시에 최근에 밀려온 자신의 업무들로 인해 신경 쓰지 못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어. 나를 사랑해 준 건 고마운데 연애하면서 네가 네 자신을 못 챙기고 있는 거 같아서 그 부분도 안타깝게 느껴지더라 이제는 너를 위해 살아. 잘 지내.”


그녀의 마지막 말로 V와 유니스의 사랑은 끝을 맺게 되었다. 12월의 꽃이라는 제목처럼 꽃의 이들의 사랑이라는 꽃은 12월에 시작되었고 그 꽃은 1년 후의 12월에 시들어졌다. 이별 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슬픔이라는 감정에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고 어떻게든 잊기 위해서 자신의 건강까지 해치면서 과도하게 자신의 업무를 해소하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그의 주변 사람들은 걱정하기 시작했고 결국엔 건강을 해치는 일이 생겨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있었지만 다행히 과로로 끝났기에 V는 지금부터라도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한 달이 지나고 V는 우연히 그녀와 함께 데이트했던 거리를 혼자 걷게 되었다. 이별을 극복한 그였지만 너무나 사랑했는지 아픈 손가락처럼 남아있기에 그 거리를 걸으면서 그녀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을 회상했다. 집으로 오자 그는 갑자기 자신이 그녀의 다음 작품의 제목을 정해주었던 날이 문득 생각이 났었다. 어떻게 보면 그가 글쓰기라는 취미가 생기게 된 계기가 그날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주변 지인에게 요즘 취미로 글을 쓴다고 하니 추천받은 문학 공모전을 들은 기억이 있어 그는 이참에 한번 도전해 볼까 라는 생각에 자신의 노트북을 켜서 공모전을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준비하는 내내 디자이너로서 겪은 창작의 고통과 비슷하게 글을 쓰면서 내용이 생각이 안 날 때도 있지만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유니스도 글을 썼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녀를 생각해 봤자 떠난 지 오래며 그동안 자신이 이별에 대한 슬픔을 ‘깨어나지 않은 꿈’이라 칭할 정도로 매우 힘들어했다. 이제는 이별로 인한 겪었던 감정들을 모두 버리고 그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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