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조직
배달의 민족이 일하는 방식 중에는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라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잡담을 통해 서로 편안한 기억을 가질 수 있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더 유연한 보고와 건강한 논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 책으로 유명한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있는 조직의 성과가 더 뛰어난데,
안정감은 내가 어떠한 발언을 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아래 생긴다는 것.
위 사례에서 알려주는,
‘대화, 소통, 잡담, 수다는 조직에서 매우 중요하다.’
는 것에 공감한다.
그래서 내가 이직한 후에 가장 먼저 탐색한 것은 이 조직이 침묵하는 조직인지 아닌지였다.
어떠한 반전도 없이,
내가 속한 조직은 너무나도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주간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무도 질문하지 않고,
아무도 잡담하지 않았다.
심지어 팀 단톡방 제목에는 ‘주의 요망!!!!’이라고 입단속(손단속?)을 하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어 매우 놀라기도 했다.
도대체 무엇을 향한 ‘주의 요망’이었을까.
‘리더가 있는 방이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아닐까 싶었다.
누굴 위한 배려의 문구였는지는 명백했지만,
어찌 됐든 내가 느낀 것은 팀의 경직도가 높고 안정감이 낮다는 것이었다.
잡담을 하지 않는 것이 뭐가 문제냐 할 수 있겠지만,
경직된 분위기에서는 잡담이든 업무 얘기든 무엇 하나 꺼내기 쉽지 않다.
실제로 이직한 팀에서도 누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현재 이슈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등이 팀 간에 공유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운영 이슈가 잘 파악되지 않으니 오히려 리더는 ‘조금 더 세세하게 주간업무 자료를 작성해라’, ‘티끌도 보고해라’ 며 마이크로 매니징하고 싶어 했다.
리더의 통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 장벽을 낮춰주지는 못할 것이 뻔했다.
나는, ‘이 팀에는 잡담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했고,
내 포지션을 ‘수다쟁이 아줌마’ 정도로 가져가야겠다고 결정 했다.
아침에 날씨 얘기도 하고,
IT업계의 주요 이슈도 꺼내보고,
회사 안팎에서 주워들은 얘기도 꺼내면서,
분위기를 말랑말랑(이런… 말랑말랑이라는 단어를 나도 써버리고 말았다….)하게 만들려고 말이다.
물론, 어느 날은 아무도 반응을 해주지 않을 때도 있고,
MBTI 가 ‘I’인 나로서는 아주 혼신의 힘을 짜내 지칠 때도 많았다.
내가 조직의 분위기나 문화를 바꿔보려는 게 의미 없는 일은 아닐까,
이런다고 바뀔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6개월 정도를 이렇게 하고 나니 조금은 분위기가 편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나 말고도 먼저 수다의 포문을 여는 사람도 있고,
이슈를 먼저 공유해 주는 경우도 있는 걸 보니 말이다.
계속해서 대화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잡담하고,
수다를 떨다 보면,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더 쉽게 하고,
더 원활한 공유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조금은 믿음의 씨앗이 틔어났을지도 모르겠다.
6개월 뒤에 우리 팀은 또 어떤 모습이 될까.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더 성과를 내는 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