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선 본 사람들

...

by 샘보리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운동을 하고 와도 기분이 약간 몽롱합니다.

눈도 약간 침침한 것 듯하네요. 아침에 일어나면 한동안 특히 작은 글자가 잘 안 보이는 듯도 해요. 그럴 땐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실감합니다. 밖은 조용합니다. 까마귀가 간간이 울었는데 지금은 조용하네요.


오늘은 어떤 것을 쓸까 생각합니다.


무엇을 쓸까 하다가 갑자기 예전에 전철에서 보았던 것이 생각이 났어요.

기억이란 계속 변하는 것 같고 정확하지도 않은 거 같지만 그래도 써봅니다.


그때도 평소처럼 출근을 하러 전철에 탔었지요. 출근을 일찍 해서 전철 안은 한가했습니다. 좌석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데, 뒤쪽 출구 근쳐 좌석에 앉아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기에 할아버지와 손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수수한 옷차림에, 중국사람들 같다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색 바랜 분홍색 잠바에 책가방을 메고 있는 6살 정도 돼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 그리고 오래된 베이지식 접퍼에 어두운 회색 바지를 입고 가방을 무릎에 안고 앉아 계신 할아버지.

그들은 창밖을 바라보고 았었습니다.

소녀는 가끔 흥미로운 것을 보았는지 간간이 창밖의 무언가를 유심히 보는 듯했습니다. 나이가 드셔 마르고 작아지신듯한 모습의 할아버지는 창밖을 무심이 보고 있었습니다.


한동한 그녀는 창밖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작은 소리로 무언가 이야기했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부끄러운듯한 미소를 지었고. 할아버지는 가방에서 조그만 초콜릿 박스를 꺼내어 그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녀는 그것을 손에 꼭 쥐고 초콜릿알들 하나씩 먹으며 창밖을 보며 다리를 동동 흔들었습니다.

한동안 그들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녀는 다시 할아버지를 돌아보고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할아버지도 밖을 보다 그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녀는 할아버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고 할아버지도 그녀를 보고 작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장면이 가끔 기억이 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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