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시골집 앞마당으로 나가봤었습니다. 보름달이 떴는지 확인하려고 말입니다.
혹시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예전에 초등학교시절, 엄밀히 말하면 국민학교가 맞을 거예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교과서 속 추석 관련 문장이 있습니다.
"추석날 밤에는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빕니다."
라는 문장말입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배워서 안 것인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교과서에서 배우기 훨씬 이전부터 추석전날밤에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는 했습니다. 조금 머리가 굵어지면서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자연스레 달님아래에서 두 손을 모으며 무엇인가를 간절히 소망하는 일은 그만두게 되었지만, 이상하게 나이가 들면서 다시 그 달님에게 매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구름뒤에 숨어버렸습니다.
달은 그 자리에 있는데 구름뒤에 가려지니 마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구름뒤에 가려진 달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저는 요즘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아직은 세상을 덜 살았나 보다... 하는 중입니다.
경험부족인지 아니면 순진하고 약간은 멍청하기까지 한 것인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요즘, 조금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어느 것이 거짓이고 어느 만큼 이 진실인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자기에게 유리한대로 이익을 찾아 행동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다만, 그냥 앞으로는 보이는 것의 반만 믿어보자 생각 중입니다.
그렇다고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멋진 모습으로 음흉한 마음을 감추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오늘의 구름뒤에 감춰진 보름달처럼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분명 희망도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