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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와 함께하는 빙하투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by 우당퉁탕세계여행

모레노 빙하는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Los Glaciares National Park)에 속해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빙하이다. 과거에는 골짜기에 있는 빙하가 앞으로 밀려 나와 전진했었는데 현재는 기후온난화로 인해 후퇴하는 중이라고 한다.


엘 칼라파테의 숙소에서 만난 신혼여행 중인 부부와 오픈채팅방을 통해 만남이 성사되어 서로의 일정에 대해 얘기를 하던 중 모레노 빙하 투어를 같은 날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레노 빙하 투어를 가려면 보통 엘칼라파테 시내에서 모여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왕복비용이 1인당 한화 약 6만 원 정도였다. 비싼 비용의 왕복 셔틀버스를 예약해 놨다는 걸 듣고 우리한테 차가 있으니 그냥 같이 가자고 해서 급하게 버스를 취소하고 엘 칼라파테와 이후 엘 찰튼의 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태어나 처음 빙하를 본다는 설렘을 가득 안고 기분 좋은 예감과 함께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차를 타고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모레노 빙하투어는 국립공원 안에 있고 우리가 예약한 미니트레킹 선착장은 입구에서부터 차를 타고 삼십 분 이상을 가야 한다. 엘 칼라파테 숙소에서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까지 한 시간 반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찍 출발하려 했는데 늦어버렸다.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해서 표를 구매하는데 다른 직원이 주차되어 있는 차를 돌면서 무엇인가를 확인한다.

나에게 다가와 스노우 체인이 있냐고 물어본다.


“너 스노우 체인 있지?”

“응??”

“스노우 체인말이야. 이거 렌터카지?”

“응 렌터카야. 스노우체인이 있는지 모르겠어.”

“렌터카면 스노우 체인 있을 거야. 트렁크 좀 열어봐.”


5월 1일부터 국립공원의 겨울시즌이 시작이라 확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트렁크에 있을 테니 열어보라고 한다.


“……?” “……?”

“없네? 왜 없지?”

“렌터카라면 다 있어야 해!”

“나는 몰랐어..”

“스노우 체인이 없으면 국립공원에 들어갈 수 없어!!”


점점 집합시간은 다가오는데 입구에서 잡혔다.

겨울시즌에는 무조건 스노우체인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렌터카 업체가 깜빡한 거 같다고 한다. 전화해 봤더니 미안하다고 하면서 지금 출발한다고 한다. 한 시간 반이상 걸리는 거리를 시간에 맞춰 올 순 없다.

우리에겐 신혼부부가 있었다. 우리 때문에 버스티켓을 취소한 신혼부부가… 단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우리 때문에 망치게 할 순 없었다. 그런데 스노우 체인이 없어 1인당 30만 원이 넘는 빙하 투어를 못하게 생겼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제시간에 선착장까지 가지 못할 것 같다. 진짜 발을 동동 굴렀다. 매표소에도 스노우체인이 없었고 근처에 빌리거나 살 수 있는 곳도 없었다. 이미 결제한 모레노빙하 미니트레킹 환불도 불가하다고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매표소를 지나던 노부부에게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제발 우리를 태워주세요. 제발요!!!”

“오케이!! 타세요!!”


구세주였다. 이미 늦었지만 일단 최대한 빨리 가보는 수밖에 없다. 흔쾌히 태워주신다고 해서 타려는데 뒤에서 직원이 부른다.


“잠깐만! 차가 5인승이라 너희 다 탈 수 없어.”

“오 마이 갓!! 제발….. “

“놉!!”


그녀는 원리원칙과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단호했다. 우리 부부는 생각했다. 일단 신혼부부 먼저 태워 보내기로 했다. 신혼여행을 망쳤다는 죄책감으로 맘이 무거워진다.


“일단 신혼부부 먼저 보내자!”

“……여보.... 내 말 잘 들어..”

“응. 왜 그래?”

“60만 원을 버리느니 30만 원을 버리는 게 나을 거 같아..”

“….. 그건 그래.”


그렇게 나를 제외한 셋은 노부부와 함께 떠났다. 이미 늦었지만 한줄기 희망을 가지고.


나는 뒤늦게 도착한 렌터카업체 직원과 보상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사과를 받았다. 지구반대편에서 온 사람이 일생에 한 번뿐일 수도 있는 빙하투어를 못하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렌터카 이틀연장과 기름을 채우지 않고 반납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체인을 트렁크에 넣고 십 분 정도 달리자 차들이 멈춰서 있다. 다들 차에서 내려 체인을 채우고 있다. 처음 해보는 것이었고 손도 시려서 혼자 낑낑대며 엉터리로 대충 채우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차들이 체인 없이 지나간다. 그럼 우리도 그냥 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전화통화도 안되고 인터넷도 안 터져서 서로의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만약 배를 타지 못했다면 선착장에 남아 있을 거란 생각에 일단 선착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나는 조금 더 운전해 모레노 빙하를 볼 수 있는 데크를 갔다. 혼자.

투어가 끝나고 와이프와 신혼부부의 모레노빙하투어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혼자서 낑낑대며 스노우체인을 채우고 있던 그 장소에서 그들도 멈춰 서서 체인을 채웠다고 한다. 차를 얻어 타고 있는 상황에서 타들어 가는 속을 내비칠 수 없어서 체인을 다 같이 채웠다고 한다. 삼십 분이나 늦게 선착장에 도착해서 반 포기상태로 직원에게 사정했다고 한다. 잠시 기다려 보라고 해서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작은 보트 한대가 오는 걸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결국 빙하얼음으로 만든 위스키까지 완벽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난 다음에 다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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