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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Oct 25. 2022

쑥부쟁이는 꽃망울을 터뜨리고


 오늘도 네 소식은 없었다

 때 이른 추위에 사람들은 벌레처럼 속을 파고들고

 그나마 햇살은 환해 견딜 만했다

 벌써 가을은 갱년기를 겪고 있는지 추웠고

 그늘진 담벼락에서는 뒤늦게

 쑥부쟁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가을은 매일 깊어 가고

 네 소식은 간절했지만

 초조한 가을 햇살이 잠시 담벼락에서 쉬어갈 때

 연보라색 이파리가 고운

 쑥부쟁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너를 생각하는 것이

 담벼락을 마주 보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쑥부쟁이는 꽃망울을 터뜨리고

 내 오랜 기다림은 기어이

 철을 지나도 여전한 부끄럼이 되겠지만

 오늘도 어제처럼

 기다리는 네 소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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