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네 소식은 없었다
때 이른 추위에 사람들은 벌레처럼 속을 파고들고
그나마 햇살은 환해 견딜 만했다
벌써 가을은 갱년기를 겪고 있는지 추웠고
그늘진 담벼락에서는 뒤늦게
쑥부쟁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가을은 매일 깊어 가고
네 소식은 간절했지만
초조한 가을 햇살이 잠시 담벼락에서 쉬어갈 때
연보라색 이파리가 고운
쑥부쟁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너를 생각하는 것이
담벼락을 마주 보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쑥부쟁이는 꽃망울을 터뜨리고
내 오랜 기다림은 기어이
철을 지나도 여전한 부끄럼이 되겠지만
오늘도 어제처럼
기다리는 네 소식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