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바라보는 북한산 자락에
달뜬 걸음을 옮기는
겨울 햇살이 찬란하다
추운 겨울 아침에 환한
햇살을 두 팔 벌려 껴안을 때
뜬금없이 떠올리는 친구가 있다
이름은 석동이지만
유난히 왜소해 짝동이라고 불렀던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남들은 검은 책가방을 들고 다닐 때
은빛 나는 철가방을 들고 다닌 친구
친구라는 말이 어색하게 아무도
또래의 반토막에 불과한 짝동이를
친구라고 여기지 않았는데
햇살 밝은 겨울 아침에
그 친구가 불쑥 생각난 것은
햇살에 두드러졌던
안쓰럽게 튼 두 뺨 때문일 것이다
몸에 비해 지나치게 큰 철가방을 든
친구를 애써 외면했던 기억이
피차 민망할 상황을 피할 생각이었는지
친구라고 여기지 않아서였는지는 모르지만
나이가 들어 생각하기로는
무심코 어긋난 인연이
쏟아지는 햇살만큼이나 많아
겨울 햇살이 반가우면서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내가 부끄러워
NOTE
살아오면서 어긋난 인연이 많다.
오래가지 못해 안타까운 인연이 있는 반면 어긋난 줄도 모른 채 흘러 보낸 인연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 없이 흘러간 인연이 마음에 걸린다.
늘어가는 삶의 이력에 더하여 외로움이 깊어지는 까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