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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Dec 25. 2024

쓸쓸한 한겨울 밤에


 부엉이 울음 쓸쓸하고

 달빛 창백한 겨울밤


 술이 과했다지만

 아마도 달빛에 취해

 발을 헛디뎠을 것이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의 사잇길

 어른 키 남짓한 높이의 좁은 틈새로 떨어져

 아침에 영혼 없이 발견되었다는 남자


 그 쓸쓸한 죽음은

 성냥팔이 소녀가 생각나게 했고


 이후로도

 칼바람 소리 괴괴한 겨울밤이면

 남자와 성냥팔이 소녀가 맞이한

 쓸쓸한 죽음을 자주 떠올리곤 했


 성탄을 앞둔 겨울밤

 발길이 뜸한 광화문 지하도에서

 홀로 추위를 견디고 있는 남자


 미동도 없이 웅크린 어깨 위로

 고단한 삶이 무거운

 성냥팔이 소녀를 닮은 남자


 볼 때, 마음에 듣는

 불길한 부엉이 울음소리가

 생각을 헤집어 놓는


 쓸쓸한 한겨울 밤

 여전히 달빛은 창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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