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울음 쓸쓸하고
달빛 창백한 겨울밤
술이 과했다지만
아마도 달빛에 취해
발을 헛디뎠을 것이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의 사잇길
어른 키 남짓한 높이의 좁은 틈새로 떨어져
아침에 영혼 없이 발견되었다는 남자
그 쓸쓸한 죽음은
성냥팔이 소녀가 생각나게 했고
이후로도
칼바람 소리 괴괴한 겨울밤이면
남자와 성냥팔이 소녀가 맞이한
쓸쓸한 죽음을 자주 떠올리곤 했다
성탄을 앞둔 겨울밤
발길이 뜸한 광화문 지하도에서
홀로 추위를 견디고 있는 남자
미동도 없이 웅크린 어깨 위로
고단한 삶이 무거운
성냥팔이 소녀를 닮은 남자
볼 때, 마음에 듣는
불길한 부엉이 울음소리가
생각을 헤집어 놓는
쓸쓸한 한겨울 밤
여전히 달빛은 창백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