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디스코텍 마부는 철망 없는 닭장이었다
춤을 추다 발을 밟히거나 밟아도 서로 미안해할 일도 없었고
역겨운 땀냄새가 코를 찔러도 불쾌하지 않았다
다른 이와 몸이 마주 닫기는 당연한 일로
그렇게라도 서로 다른 이들이 하나가 되어
진한 땀으로 범벅이 되는 순간만큼은
디스코텍 마부는 거의 유일한 해방구였다
디스코텍 마부는 보잘것없는 규모와 시설에도
가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억눌린 청춘과는 썩 어울려서
학살로 등장한 나라에서 주눅이 든 마음도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막춤과
발악하듯 질러대는 괴성으로 시름을 들 수 있었고
불안과 굴종이 강요되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는 지금도
마음에 사라지지 않고 진동하는 지린내가 난다
땀으로 디스코텍 마부를 가득 채웠던,
답답한 젊음을 의미 없이 소비해야 했던
아픈 자해가 뿜어내던 역한 지린내가.
NOTE
황동규 시인은 1970년대를 일컬어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진 시대라고 했다.(황동규 詩, '조그만 사랑 노래'에서) 그렇게 유신이라는 괴물은 연유도 없이 나타나 일상을 간섭했다. 마음까지 얼어붙었던 그 시대의 사랑은 억압의 무게만큼이나 절박했다.
시절이 바뀌어 맞이한 1980년대의 벽두라고 변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피비린내와 함께 맞이한 좌절은 출구가 없었다.
출구를 찾지 못하는 사랑도 방향을 잃을밖에.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사랑할 방도를 찾지 못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