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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by 밤과 꿈


너에게서 그늘을 바랐네

뜨거웠던 젊은 날

용암처럼 들끓고 불안한

시간을 가라앉히고

가쁜 숨을 고르며 쉬어갈

고마운 그늘을 너에게서 찾았네


너를 떠나고서 깨달았네

외로웠던 젊은 날

외로움이 독이 되었는지

살갑게 다가가는 법을 몰라

애간장을 태우게 했던 나

제풀에 지쳐 떠나야 했던 나

너를 떠난 뒤 비로소 깨달았네

마찬가지로 외로웠을 너에게

그늘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너를 떠나고

전설 같은 시간이 지난 뒤

내 마음에는 날마다

창백한 초승달이 떠올라

달빛처럼 창백하고

서늘한 그늘이 생겼다네


내가 날마다 그늘로 살아간다네




NOTE

남자가 사랑에 기대하는 것 중에는 안식처가 있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가려줄 그늘과 같은.

그러나 여자는 그늘이 되지 못하고 함께 달아오르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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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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