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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정 Aug 03. 2023

자업자득


고통이란 녀석이

내 마음과 주위를 둘러싸더니

꼭꼭

똬리를 틀지 뭐야


힘껏 떼어 내어

그 덩어리들을

잘근잘근 썰어서

뚜껑 단단한 병 속에 채웠지


한동안 안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어

얼마나 흘렀을까

마음 한켠 연민이 움직이는 거야


차츰

병 속에 갇혀버린

그 밉살스러운 녀석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어


살금살금 다가가

몇 겁으로 싸 놓은

헝겊을 벗기고 유리병에

살며시 손대자마자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알라딘의 램프 속

거인 같은 모습을 하고서

내 온몸을 휘감는 것이었어


그날 이후

고통은 내 일부가 되고

한순간

그를 떼어 내려는 생각만 해도


그 특유의 서늘한 미소 지으며

내 뒤통수를

'톡톡'치는 거야,

그 질긴 고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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