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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Sep 26. 2022

올레길과 해녀

제주올레길 20코스(김녕서포구~해녀박물관)

올레 20코스의 시작은 김녕에서 출발한다. 지명의 이름이 특이하다. 마을에서 안내판에 적어둔 바에 의하면 고려시대 김녕현(金寧縣)에서 유래가 된다. 나는 처음에 김씨성을 가진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김녕해수욕장을 지나 제주 밭담 테마공원에서 여러가지 형태의 제주도 돌의 사용되는 용도들에 대해서 야외에 실제 형태로 재현시켜서 관람객들에게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밭담(소유에 따라 밭 사이에 돌을 쌓음), 불턱(해녀들이 몸을 녹이기 위해 해안가에 돌을 둥그렇게 쌓아 공간을 마련함),방사탑(마을에서 액운을 막아주는 돌탑), 산담(산소주위에 두른 돌담), 통시(제주 전통가옥의 화장실), 환해장성(외적의 침입을 막기위해 해안가에 쌓은 돌담), 작지왓(작지는 자갈, 왓은 밭을 의미함) 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실물을 보니 더욱 이해하기가 쉬웠다.


밭담 테마공원을 구경하고 코스에서 약간 벗어나긴 했지만 '진빌레('진'은 길다, '빌레'는 넓고 평평한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땅'을 말함) 밭담길'을 통해 실제 밭에서 일하고 있는 섬사람들과 넓게 펼쳐진 밭담을 보면서 약 30분 정도 걸어 다시 코스에 합류했다. 월정해수욕장 주변에 있는 카페거리는 15-B 코스의 애월 카페거리와 함께 젊은이들이 찾는 제주도의 핫플(Hot place)이다. 하지만 월정 카페거리를 지나 만나게 되는 '행원포구 광해군 기척비'는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비석이 달랑 1개 있을 뿐이다. 비록 역사적으로 폐위되어 이름도 세자때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광해군'이지만 말년에 제주도까지 유배되어 비참한 노년을 보내고 죽은 뒤에도 후세에 폭군으로 기억되면서 잊혀져 가는 것이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기척비를 지나 숲길 끝자락의 좌대연대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한동리 해안도로를 만나니 해안가 벽면에 큼지만한 글씨로 제주어들이 적혀있다.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찍고 바로 옆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 한잔을 시켜놓고 바다를 보면서 하나하나 발음해 보고 익혀본다.


조끄뜨레 하기엔 하영먼 이녁 (가까이 하기엔 머나먼 당신)

빙새기 웃는 모습이 아깝다 (배시시 웃는 모습이 귀엽다)

무사영 보고정 호고(몹시도 보고싶다)

어떵 살아 점쑤꽈? 펜안 햇수꽈?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편안 하십니까?)

요샌 뭐 헴디 (요즘 뭐 하니)

맛 좋은거 먹으레 가게 마씸 (맛있는거 먹으러 가요)

안아보곡 소랑호젠 (안아보고 사랑할려고)

몸케지 마랑 혼저 오라게 (꾸물대지말고 어서오너라) 


제주올레길은 제주도 해안도로를 따라서 섬을 한바퀴 도는 트레킹 프로그램이다. 1코스 부터 시작해서 오늘까지 20코스를 돌았으니 이제 1코스만 남겨둔 것이다. 매 코스마다 해안가의 여러 마을을 지날때 마다 바닷가에는 해녀의 집이 또는 해녀의 식당이 있다. '제주도'와 '해녀'는 뗄레야 땔수 없는 관계이다. 해녀에 대한 모든 것을 모아 놓은 '제주 해녀 박물관'이 올레 20코스의 종점에 있다. 오늘 마침  제주 해녀축제(9/24~9/25) 가 개최되고 있어서인지 박물관 근처에 있는 세화 오일장부터에서 부터 승용차들이 막히기 시작했다. 제주도 도심을 벗어나 이렇게 차가 막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해녀 박물관 주차장에는 행사에 참여하는 행사텐트들이 늘어서 있고 사람들이 붐벼서 올레 스탬프 찍는 곳을 찾느라고  애를 먹었다.

올레 코스 종점에 오후 3시경에 도착했으니 시간적 여유도 있고 해서 행사 텐트를 오가며 구경도 하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동네 분들이 직접 만든 '성게국수' 에 '제주 막걸리' 도 한사발 걸쳤다. 왠지 시골 동네 장터에 와있는 느낌이 들었다. 옆 테이블에는 동네분들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들이 막걸리를 마시면서 학창시절 동네에서 뛰놀던 시절을 얘기하며 왁자지껄 하는 것을 들으니 나까지 초등학교 동창회에 온 듯한 느낌이다.  행사장 뒤편 무대에서는 해녀들이 단체로 나와 '해녀의 노래'를 부르면서  마당극이 한창 열리고 있어 노랫소리가 온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시간이 조금 흐르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해녀 박물관 구경은 해야 겠다 싶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고 1층 영상실에서 해녀 상영회까지 챙겨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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