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제 2 의 인생
오늘도 후끈한 공기로 아침을 맞는다.
2월 초까지만 해도 아침, 저녁 선선했었는데 한국이 다시 따뜻해지나 보다. 방콕이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했다.
혼자서 조용히 맞이하는 아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었는데...
나는 아이들이 셋이다. 딸 1, 아들 2. 4년 전까지는 정신없이 지냈다. 집안일도 하면서 애들도 돌보면서 일도 하면서 아주 바쁘게 지냈다. 이젠 나 혼자 주로 지내고 남편도 지방에 근무해서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4년 전 막내가 한국으로 대학을 갈 때만 해도 섭섭함보다는 홀가분함에 좋아했었다. 2년 정도는 아무한테도 신경 안 써도 되고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잤다. 그게 너무 좋았다.
일도 예전보다 많이 줄이고 내 시간을 많이 가졌다. 밖에도 많이 돌아다니고 구경도 다니고 참 좋았었다.
그런데 몇 년 지나고 보니 이런 생활도 별 재미도 없고 애들도 보고 싶고 한국도 가고 싶어졌다.

나이가 드니 이곳저곳 아픈 곳도 생기고 건강 검진도 해야 해서 1년에 1-2번은 한국을 가게 되었다.
치료도 받을 겸 애들도 보고 시어머니도 뵙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런데 작년부터인가 한국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친구들은 한국 들어와 살라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 일이었다.
태국생활을 정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무얼 하고 살아야 할지 생각해야 하니까.
남편은 다행히 태국에서 회사에 잘 다니고 있으니 쉽게 정리할 수도 없었다.
남편도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생활은 현재가 더 나으니까 가끔씩 한국을 가는 것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에 한국에 가서 우리 나이에 맞는 일들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취업까지 이뤄지기는 어렵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한국 상황도 잘 모르고 여러 가지 조건도 알아봐야 했다.
한국을 가면 애들도 보고 하니 반갑고 좋지만 은퇴 후 노후 생활을 어떻게 할지 항상 고민이 되었다.
실제로 딸 친구 부모님이 우리처럼 태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갔는데 적응을 못하고 지금은 치앙마이에서 살고 있다. 남 일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을 갈 때마다 앞으로의 한국 생활을 위해 하나하나 준비 중이다.
남편이 그랬다. 나이 70 넘어 너무 늦게 한국으로 귀국하면 적응 못할 거라고...
그래서 지금은 적응 기간으로 알고 하나하나 준비해 가면서 이렇게 글도 쓰고 운동도 하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브런치 스토리는 내게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움에 도전해 볼 것이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