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남편과의 만남 및 연애, 결혼
당시 만난 미스 전은 참 예쁘고 얼굴이 하얗고 키가 컸다.
어쩌다 전화로만 통화하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한국 직원들을 보니 많이 반가웠다. 행사가 끝나고 다음 해 10월 초쯤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대사 비서언니였다. 갑자기 소개팅할 생각이 없냐고 했다. 큰 부담감 없이 난 수락을 했고 언니는 내게 대사관 공보 담당이던 미스 전의 오빠라고 말했다. 가족들이 방콕으로 이민을 가서 아버지, 엄마, 오빠가 그곳에서 살면서 아버지와 사업을 한다고 간단히 소개를 했다.
예전 호텔에서 봤던 미스 전의 모습도 어렴풋이 생각도 나고 난 별생각 없이 만나기로 약속하고 지금의 남편인 미스 전의 오빠를 잠실 롯데에서 007 미팅으로 둘이서만 만났다. 원래는 빨간 장미꽃과 영자신문을 들고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당시 장미꽃은 없었던 거 같다.
암튼 우리 둘은 그렇게 만나 한참을 얘기했었다.(사실 말은 나 혼자 했었고 그는 내 얘기를 들어주고 음식값이나 커피값만 내고 집에 바래다주었다.) 후에 대사 비서 언니는 중매자 역할로,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을 보여 계속 만나게 되었다. 다행히 남편은 아버지랑 사업을 하기에 한국에서의 시간적 여유는 일반 직장인에 비해 자유로웠다.
나중에는 무관님도 아시게 되어 내가 근무하는 부대도 출입하게 되었고 무관님께 인사도 하게 되었다. 다행히 남편은 태국에 살기도 하지만,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방콕에서 나와 영어, 태국어가 유창하여 무관과도 원활하게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공공연히 무관실을 비롯한 대사관 직원들도 나중에 내가 지금의 남편과 결혼할 때 함께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당시만 해도 난 남편과 태국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결혼하면 너무도 편안하게 잘 살 줄만 알았다.
물론 남편이 연애시절 매우 친절하고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모두 해주고 항상 집에 데려다주고 해서 당시에 나는 결혼을 해도 이 생활이 계속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태국 방콕에서 신혼살림을 하면서 내 예상과는 많은 것이 달랐다.
남편은 좀 무뚝뚝한 편이었고 퇴근 후엔 항상 책만 읽었고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우리 둘만이 아닌 시아버님, 시어머님과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