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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1일 차

by 라원

대망의 1일 차.

잠실에서부터 경기 여주까지 걷는 여정이었다.

일단 잠실까지 가야 되니까 5시도 안 됐을 때 집을 나섰다.




첫날에 나시를 입었던 이유는....

여름에 반팔 잘 못 입는 스타일이어서 항상 나시만 입고 다니기 때문에 입었던 건데

이렇게까지 탈 줄 몰랐다.(마지막에 나옴)


여하튼 05시 30분쯤 잠실에서 출발했고,

8호선 라인을 따라서 성남까지 쭉 갔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2호선 라인 따라서 걷는 것도 해보고 싶어졌다. ㅎㅎ


이때까지만 해도 아침이라 그늘도 좀 있고,

공기도 막 그렇게 뜨겁진 않았다.

서울에서는 차도로 다닐 필요가 없어서 덜 더웠던 것 같다.

수많은 신호등 때문에 좀 지체되긴 했지만..!


그렇게 쭉 가다가 경기 광주까지 가서야 점심을 먹었다.

육쌈냉면

시원한 게 너무 먹고 싶었다. 냉면만큼 당기는 게 없었다. 갈증도 너무 많이 났다.

그래서 국물까지 다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섰다.

(솔직히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음 그냥 배고프고 갈증 나서 막 퍼먹었다)

지금 보니까 저 복장으로 다닌 건 정말 미친 짓이었다.

다녀온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첫날 탄 자국이 안 돌아온다.


저 사진도 길 가다가 햇빛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아서(12시쯤) 지하도로에 잠시 들어간 거였다.


이때 생각했다.

“이건 정말 미친 짓 아닐까”

처음 받은 응원과 선물

그렇게 다시 길 위로 올라가서 하염없이 걷고 있는데,

내 가방의 태극기를 보고 어떤 분께서 편의점에서 먹거리들을 사주셨다.


알고 보니 이전에 자전거로 국토종주 해보신 분인데,

그때 보급을 제대로 안 해서 너무 힘드셨다고 하시며 사주셨다.

그리고 유튜브도 서로 구독했다 ㅎㅎ


내 여정의 첫 번째 응원이어서 그런지, 더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다.




가다가 곤지암 쪽의 마을 쉼터 같은 곳에 들어가서 잠시 쉬고 있었는데,

일하시는 직원분들께서 힘내라며 사탕도 주시고

내가 가져온 공책에 메모도 남겨주셨다.


“대한민국의 장한 딸이여 성공하라!”


사실 이 공책은 일기 적으려고 가지고 왔는데,

이 날 이후로 돌아다니며 만난 인연들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또 계속 갔다.

2시가 넘어가니 더 더워졌다.

첫날이라 몸도 열기에 적응을 못해서 쉽게 지쳤다.


또 가다가 중간에 그늘이 있길래

아까 받은 소시지 하나 먹고 있었다.

어떤 사무실 앞에서 먹고 있었는데,

사무실 직원 분들께서 담배 피우러 나오시다가 나를 발견하시곤

안에 에어컨 틀어놨는데 들어와서 쉬라고 해주셔서 감사하게도 시원한 곳에서 좀 더 쉴 수 있었다.


이렇게 또 한 번 도움을 받았다.

안에는 귀여운 강아지도 있어서 시원한 음료 마시면서 같이 놀았다.



사장님들께서 과자랑 음료도 주시고, 혼자 걸어오느라 심심했던 나와 수다도 떨어주셨다 ㅎㅎ

그렇게 좀 앉아 있다가 나가기 전에는 아까 그 공책에 메모 남겨달라고 부탁드렸다.

사장님들께서 적어주신 응원의 메모!

"정라원! 화이팅!!!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25년 7월 25일 금, 이천 동원대 맞은편 가나화물 사무실에서 정라원 화이팅"




나는 평소에도 친구들이랑 걸으면 누가 쫓아오냐고 할 만큼 발걸음이 빠른 편이다.

한 번도 한 시간 동안 얼마나 걷는지 측정해 본 적 없어서 몰랐는데,

의식적으로 빠르게 걸으면 대략 5.3~5.5km 정도 걷는다.

그렇게 또 빠르게 빠르게 기동 하니

이천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7km는 뛰어서 이동하면 금방이니까, 그 숫자를 난 엄청 가볍게 봤던 것 같다.


하지만 37도의 땡볕 아래에서 걷는 7km는

내겐 70km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도로 갓길로 걸으니 아스팔트 열기가 확 올라와서 더 더웠던 것 같다.


그래도 어차피 하기로 한 거, 꾸역꾸역 열심히 걸었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을 때는 스피커로 노래 크게 틀고 혼자 노래방처럼 열창하면서 가니까 덜 힘들었다.

(어차피 차도로 다녀서 아무도 내가 노래 부르는 줄 모르지 않을까 ㅎㅎ)


사실 이 사진은 친구한테 드립 치려고 찍은 사진이다 ㅎㅎ

우리 자기 뭐 해~? 이런 느낌으로 ㅋㅋㅋㅋ


아무리 힘들어도 웃는 자가 일류다!

난 죽을 때까지도 장난기는 못 숨길 것 같다.




가다가 배도 슬슬 고파지고 밥 먹을 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근처 식당은 패밀리 레스토랑 느낌이어서 3km 정도 더 가서 혼밥 할만한 곳을 찾기로 했다.

(샤브올데이를 혼자 먹을 순 없으니,,)


가는데 40분 정도 걸리는데 난 이미 배가 너무 고팠다.

그래서 선택한 파바 베이글 하나 먹으면서 갔다.


나의 저녁메뉴는 만둣국!!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는데도 뜨뜻한 만둣국 집은 지나칠 수 없었다.

사실 김치 만두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번 여정에서는 평소와 다른 선택들을 해보자는 생각이 컸기에 김치만두와 고기만두 반반 들어간 만둣국을 시켰다.


흙을 파먹어도 맛있었을 상태였기에

김치만두는 두 말할 것 없이 퍼펙트하게 맛있었다!


그리고 식당에 에어컨을 파워냉방으로 트니까

오히려 따뜻한 만둣국이 좋았다.

그렇게 만둣국에 공깃밥까지 완뚝하고 식당을 나서니 20시쯤 됐고,

해가 조금씩 저물기 시작했다.


노을 감상하면서 낭만에 젖어있는데,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차 안에 계신 분께서 날 응원해 주셨다.

유튜브 하냐고 물어보셔서 유튜브 채널명도 알려드렸다 ㅎㅎ


이런 맛에 국토종주 하는 게 아닐까?


모르는 사람과 말해본 지 정말 오래됐었는데,

이야기만 나눌 뿐 아니라 응원과 긍정적인 기운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이렇게 세상은 따뜻하다.

지금 현대사회가 이렇게 온기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낮에는 너무 덥고 진짜 쪄 죽을 거 같아서

차라리 밤에 이동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낮에 자고 밤에 이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 마주친 현실은 달랐다.

아차, 여긴 서울이 아니었지...

영상에 담긴 곳은 그나마 괜찮았는데,

대부분의 길에 가로등이 없고 인적도 드물었다.


정말 무서웠다. 그래서 숙소까지 5km를 계속 뛰어서 갔다.

그리고 21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건 아까 처음에 말했던... 나시를 입으면 안 되는 이유다.

팔토시는 뒤늦게라도 하긴 했는데, 어깨는 뭐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1일 차는 무사히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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