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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Jun 15. 2021

그림자와 손잡기

- 그림자도사랑해야 할나 자신

오늘도 저는 그림자와 함께 일어납니다.      

그림자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 밀당을 합니다.      

한 몸이 되었다가 분리되었다가를 반복합니다.                


영화 ‘어스’를 본 후 그림자를 자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해변을 걷는 가족 4명의 긴 그림자에 앵글이 맞추어집니다.     

가족들은 자신과 똑같은 그림자와 치열하게 싸웁니다.     


그림자는 ‘토플갱어’, ‘소외된 사람’ 등 해석들이 분분하지만      

저는 좀 더나 가 억압된 자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장르인데도 매우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나의 그림자를 사람으로 형상화한다면 어떨까?      

영화 속 인물처럼 화내고 억울해할까?  

    



오랫동안 함께 해온 나의 그림자를 생각해봅니다.      

어린 나는 놀고 춤추고 그림 그리며 마냥 즐거웠지만      

자주 울고 불안했고 두려웠으며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표현하면 안 되는 감정들은 깊은 곳에 가두고      

밝고, 착하고 성실한 아이로 길들여졌습니다.      

착해야 사랑받는 아이는 자신의 감정조차 외면하고     

타인의 감정을 먼저 살피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미움과 원망은 그림자가 되어 나를 괴롭혔습니다.                


괴로운 마음의 근원을 알고 싶어       

제법 오랫동안 이런저런 마음공부를 해 왔습니다.      

공부가 잘 될 때는 자유롭고 행복했습니다.      

‘참나’ ‘본성’ ‘사랑’이 내 안에 있음을 체험했고      

늘 깊고 맑은 근원에 닿으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속의 그림자는 그대로 존재합니다.      

힘을 지닌 사람의 눈치를 보고      

일과 관계에서 비난받을까 봐 두려워합니다.      

더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합니다.      

잘 모르는 것은 마음대로 짐작하고 의심합니다.     

물질적 욕망을 강하게 드러내는 사람을 은근히 무시합니다.      


불안, 두려움, 자학, 후회, 의심, 무시는      

사랑에 목마른 나의 그림자가 선택한 것들입니다.      

그림자가 괴롭혀 온 대상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마침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책을 보다가      

융의 ‘그림자’에 대해 읽게 되었습니다. 

융은 모든 사람에게 그림자가 있으며,      

그림자는 의식되지 않는 자아의 분신이라고 했습니다.     

 

의식되지 않는 것은 두렵거나 더럽거나 부정하거나 성적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의식 속에 담기고 성장합니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했던 것이      

무의식 속에 담기고 그것은 그림자가 된다고 합니다.      

그림자는 성장과정에서 억압된 또 다른 나인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여 완성된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림자’도 ‘페르소나’도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것들임은 틀림없습니다.      

중년에게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대화는      

사회와 개인의 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저도 그림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겠습니다.       

언제나 그림자에게 이야기하겠습니다.      

‘괜찮니? 내 속에서 잘 견디어 주어 고맙구나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고 착하지 않아도 돼~     

네 할 만큼만 하고 마음 가는 만큼만 하면 돼~     

너도 소중한 나의 마음이야~‘                


늘 대화하며 돌보아 주어야겠습니다.      

"미안하구나, 용서해줘, 고마워, 사랑해~"

그림자에게 속삭입니다. 


내 그림자도 토닥이고 사랑해 주면      

주인 따라서 신나게 춤을 출 것입니다.     

오늘 나는 그림자와 손을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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