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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정 Jan 04. 2024

캐나다 거위와 겨울나기(2)

거위의 꿈

 



  오전 내내 비가 온다. 어젯밤에도 꽤 많은 비가 내렸다. 겨울비가 내린다. 평균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곳에서 겨울비가 내리다니! 호수에는 거위는 보이지 않고 청둥오리들만 놀고 있다. 물 위에서 헤엄치고 물장구치는 모습이 평화롭다. 거위는 비 맞는 걸 싫어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무척 따뜻했다. 영상의 온도에 바람이 없어 봄날 같았다. 호수의 얼음도 많이 녹았다. 거위와 청둥오리들이 호수 위에서 사이좋게 같이 놀고 있었다. 거위들의 물장구가 요란했는데 날개를 활짝 펼쳐 온몸에 물을 끼얹고 시원하게 목욕을 하며 놀고 있었다. 장난인지 시합인지 한 마리가 물수제비를 뜨듯 물 위를 비행하며 물을 튀기면 다른 거위가 지지 않으려고 더 길게 물수제비를 떴다. 추위에 떨다 따뜻함을 만끽하는 생명체들,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같은 것 같다.


   오후에 비가 그쳤다. 집 앞 잔디 위에서 햇볕을 즐기는 거위와 오리를 세어보니 거위가 150여 마리, 청둥오리가 50마리쯤 된다. 호수에서 백조처럼 생긴 거위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나, 물 위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 올라갈 때나 내려앉을 때의 모습이 참으로 우아하고 멋지다. 그 모습은 또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을 너무나 닮아 있다. 땅 위를 한 줄로 서서 걷는 모습 또한 참 앙증맞다. 수십 마리가 물 위로 헤엄 칠 때는 영화 ‘명량’에서 바다 위에 줄지어 나가던 함대를 연상시킨다.

 

  처음 거위가 나는 것을 보았을 때 ‘거위가 날다니?’ 많이 놀랐다. 내가 좋아하는 ‘거위의 꿈’ 노래가 생각났다. 그런데 거위는 본래 날 수 있게 창조되었다고 한다. 가축화되면서 거위는 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야생거위인 캐나다 거위는 먼 곳까지도, 높은 하늘에서도 날 수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거위들이 날기 전에 하는 준비 몸짓이 있다. 대장인 듯한 거위가 목을 쭉 펴고 꼿꼿이 서서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그러면 다른 거위들이 앉아 있다가 일제히 일어선다. 한 방향으로 서서 날아갈 준비를 한다. 비행기가 이륙하듯 날개를 쫙 펴고 낮은 곳에서 서서히 위로 올라간다. 그들은 날면서 꽉 꽉 뭔가 서로 신호를 하며 대오를 이뤄 서로에게 말을 하면서 창공을 가른다. 30~40마리의 비상, 하늘 위에서 V자를 그리며 혹은 일자로 나란히 줄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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