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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 운 Mar 06. 2024

나로 말하면 고양이다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 나로 말하면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간결한 문장과 싸가지 없어 보이는 문장들이 정말 고양이가 쓴 것 같다. 대부분의 고양이가 그렇듯 저 고양이도 다가가면 앞발을 들어 "난 언제든 너를 때릴 준비가 되어 있어"라고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을 읽지 않아 뒷내용은 모르지만 첫 문장대로라면 고양이의 시선에서 소설이 진행되지 않을까. 과연 고양이는 어떤 세상에서 우리를 마주할까.


옛날에 집에 잠시 고양이가 들어왔던 적이 있다. 활짝 열린 집 문으로 고양이가 대뜸 뛰어 들어왔다. 삼겹살을 굽고 있어서 문을 열어두었는데 고양이에겐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공간이였으랴.


대낮에 문이활짝 열려있는 집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 생선을 굽는 냄새와는 상이한 냄새다. 자욱한 연기 사이로 어린아이가 이 몸을 쳐다보며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고양이인 이 몸이 들어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저 초록색 병으로부터 반사된 무언가가 나에게 들어오라고 안내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깜짝 놀라 고양이를 내쫓았다. 슬리퍼를 던지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다행히 고양이는 현관을 넘어오지 못했다.


집 근처에서 자주 보이던 고양이였는데 그날 이후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 가족에게 상처를 받은 것 인지, 또 다른 삼겹살 냄새를 찾아 떠난 것 인지 모르겠다. 이름이라도 지어줄 걸 하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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