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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 운 Mar 06. 2024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책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임에도 소설에 대해 깊게 파고든 적은 없다. 하지만 소설에서 첫 문장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첫 문장은 책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더 나아가 첫 문장은 저자가 '이 엄청난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의 그 한마디를 두는 자리이기도 하다. 모든 소설책이 그렇진 않겠지만 적어도 난 소설을 읽을 때 첫 문장을 보며 과연 이 책을 완독 할 수 있을지 판단이 된다. 대부분의 소설가들이 첫 문장을 바로 쓰지 않고, 소설이 어느 정도 진행 된 후에 첫 문장을 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결코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문장을 처음 읽을 때 내가 느꼈던 것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감탄, 감격 혹은 소름과 같은 모든 단어들을 자아내는 무언가가 나의 깊숙한 곳에서 헤엄을 쳤다. 그 손짓은 종이들이 넘어가는 순간마다 더 강해졌고, 끝내 마지막 종이가 넘어가는 순간에서야 그 자취를 감췄다. 후에 다가온 파도가 남기고 간 건 이후에 나를 크게 바꿔놓았을지도 모른다. 처음 읽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인간실격'을 읽기 시작할 때, 내가 왜 이 책을 가슴에 묻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늘도 펜을 잡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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