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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olee Oct 31. 2024

23_회장의 행방과 새로운 유전자 검사 결과

탐정 유강인 18편 <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바닥에 주저앉은 엄원장이 고개를 쳐들었다.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한가득했다. 자신이 한 짓을 깨달은 거 같았다.


환자 바꿔치기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병원장이 주도한 일이었다. 성난 유강인의 눈빛을 보고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유강인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JS 병원에서 다른 사람을 회장으로 속였다. 이는 명백한 수사 방해 즉 공무집행 방해였고 기만행위였다.


“병원장님! 어서 말해보세요.”


유강인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엄원장이 고개를 떨구었다. 어설픈 사기를 치려다가 딱 걸린 거 같았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회장님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겁니까? 경비팀장이 말씀하셨습니다. 저 사람은 회장님이 아니라고, 누워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는 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어서 사실대로 말하세요! 그래야 정상참작됩니다.”


“으으으~!”


엄원장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는 송상하 부회장 사람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사주를 받고 이런 짓을 벌인 거 같았다.


병원장이 답을 하지 않자, 정찬우 형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병원장에게 말했다.


“병원장님, 경찰청에 가셔야겠습니다. 어서 일어나시죠.”


“겨, 경찰청이요?


엄원장이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입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입이 최대한 벌어지자, 더는 버틸 수 없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회, 회장님은 ….”



**



탐정단 밴과 경찰차 두 대가 신속하게 달렸다. 목적지는 성남시 외곽에 있는 요양 병원이었다.


병원 이름은 재선 요양 병원이었다. JS 그룹에서 운영하는 병원 중 하나였다.


병원은 울창한 수풀 속에 자리 잡았다. 공기가 참 맑고 깨끗한 곳이었다. 야트막한 산을 깎아서 만든 평지에 있었다.


병원 근처에 경찰차들이 많았다. 지원 요청을 받은 성남경찰서에서 많은 병력이 출동해 병원 일대를 둘러쌌다.


십여 대의 경찰차 경광등이 번쩍이여 좌우로 움직였다. 파란색과 빨간색이 교차하며 긴장감을 더했다.


이곳에 굴지의 대기업인 JS 그룹 회장 송해성이 비밀리에 입원해 있었다.


차를 세우는 소리가 들렸다. 차 문이 열리고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유강인과 형사들이 움직였다. 곧바로 요양 병원 지하실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자,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이 보였다. 넓은 주차장이었다. 주차장에 차들이 많지 않았다. 경찰의 지시에 따라서 많은 차가 밖으로 나갔다.


백정현 형사가 무전기를 꺼내서 성남경찰서와 경찰과 무전을 나눴다.


“지하주차장에서 C 구역 쪽으로 가라고요, 알겠습니다.”

백형사가 무전기를 끄고 C 구역을 찾았다. 3시 방향에 C 구역이 있었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유강인에게 말했다.


“저쪽입니다. C 구역에 커다란 기둥이 있답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C 구역을 향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잠시 후, 유강인과 수사팀이 커다란 기둥 앞에 걸음을 멈췄다. 옆에 작은 출입문이 있었다. 경찰 두 명과 병원 관계자 한 명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부원장이었다. 그가 땀을 뻘뻘 흘렸다. 무척 당황한 얼굴이었다. 유강인이 다가오자, 급히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JS 병원에서 한 사람을 이곳으로 보냈습니다.

특별한 말은 없었습니다. 은밀한 곳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곳으로 안내한 거뿐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기어가는 목소리였다.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환자가 왔는데 그 환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는 말인가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리 병원은 JS 그룹 산하입니다. 모든 중요한 결정은 그룹에서 했습니다. 우리는 지시를 따라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그게 범죄 행위라도 따를 생각이었나요?”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JS 그룹에서 불법 행위를 지시할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생각이 짧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리겠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손짓했다. 문 앞에 서 있는 경찰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활짝 열었다.


끼익! 소리가 크게 들렸다. 주차장이라 그 소리가 사방으로 울렸다.


방안은 아주 어두컴컴했다. 어두컴컴한 주차장이 밝은 편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불을 켜겠습니다.”


부원장이 급히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 팟! 하며 불이 들어왔다. 동시에 허연 먼지가 보였다.


유강인이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넓은 곳이었다. 각종 병원 장비가 모여있었다. 딱 보기에 창고 같았다. 고장 난 장비를 모아둔 곳 같았다.


유강인이 말했다.


“이곳은 대체 뭐 하는 곳이죠?”


부원장이 답했다.


“오래되거나 고장 난 장비를 모아두는 곳입니다. 수리할 수 있으면 수리하고 수리할 수 없으면 폐기 처분했습니다.”


“이런 곳에 회장님이 있다는 말인가요?”


부원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울상을 지으며 답했다.


“그분이 회장님인지 몰랐습니다. 정말입니다. 은밀한 곳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곳을 택한 거뿐입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계속 걸음을 옮겼다. 저 앞에 조립식 집이 있었다. 임시로 만든 거 같았다.


부원장이 조립식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 회장님이 계십니다.”


“이런 곳에 계시다고요? 정말 어이가 없군요.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진짜로 회장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에 성큼 문 앞으로 걸어가서 문을 활짝 열었다. 뒤에 정찬우 형사와 백정현 형사가 서 있었다. 형사 둘이 바짝 긴장한 듯 침을 꿀컥 삼켰다.


문이 열리자, 낡은 병원 침대가 보였다. 침대에 한 노인이 누워있었다. 침대 옆에 바이탈 사인 장치가 있었다.


조립식 집은 아주 칙칙하고 더러운 곳이었다. 곳곳에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고 천장 구석에 거미줄도 많았다. 청소를 안 한 지, 몇 달은 된 거 같았다.


“세상에! 이런 곳에 회장님이 있다니 ….”


유강인이 어이가 없어서 혀를 내둘렀다. 송해성 회장은 중환자였다. 그런데 이렇게 지저분한 곳에 송회장이 있었다.


형사 둘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회장이 창고 같은 곳에 누워있었다.


정찬우 형사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부회장은 아버지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네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정형사의 말에 동의했다.


백정현 형사도 입을 열었다.


“아버지를 죽이려고 한 자는 따로 있었네요. 천지호씨가 아니라 송상하 부회장이었네요. 송부회장이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조립식 집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인생사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다. 대기업 회장이 말년에 커다란 치욕을 겪고 말았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침대 앞으로 걸어가 노인의 상태를 살폈다.


노인은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마치 꿈을 꾸는 거 같았다. 백발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고 축 늘어진 볼살에 탄력이 없었다.


“이분이 송해성 회장님이군.”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대기업 회장이지만, 고령이었고 거동할 수조차 없는 병약한 몸이었다. 아들한테 배신당해 이런 창고에 갇히고 말았다.


유강인과 형사 둘이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유강인의 눈치를 보던 부원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을 바로 VIP 병실로 옮기겠습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삐리릭!



그때 정찬우 형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정형사가 급히 전화 받았다.


“그래, 무슨 일이야?”


“유강인 탐정님을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선배님을 찾는다고?”


“네! 윤동규라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송해성 회장님한테 부탁받았답니다. 박재영씨가 친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를 비밀리에 했답니다.”


“뭐, 뭐라고?”


정형사가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유강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유강인도 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느닷없이 한 사람이 등장했다. 그는 박재영과 회장의 유전자를 검사한 사람이었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지?”


“서울청 강력 범죄수사대에 있습니다. 선배님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럼, 빨리 서울청으로 갑시다. 이곳은 성남경찰서에 맡기겠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급히 차로 향했다. 윤동규라는 사람을 어서 만나야 했다.



**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건물 안으로 유강인이 들어갔다. 그 뒤를 조수 둘과 형사 둘이 따랐다.


1층 로비에 이호식 팀장과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키가 크고 마른 남자였다. 나이는 50대 초반이었다.


이팀장이 유강인을 보고 말했다.


“유탐정님, 이분이 윤동규씨야.”


“아! 그렇군요. 탐정 유강인입니다.”


유강인이 윤동규를 확인하고 인사했다. 윤동규도 맞절하고 입을 열었다.


“오늘 방송을 보고 알았습니다. 박재영씨가 친자 확인 소송을 한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습니다.

회장님과 연락이 끊어진 후 위독하시다는 말을 듣고 제가 나설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말씀을 들으니 회장님하고 친분이 있는 거 같은데 맞나요?”


윤동규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돌아가신 부친께서 회장님께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3년 전, 아버지가 위독하실 때 회장님이 병문안을 오셨습니다. 그때 부친께서 회장님께 말씀하셨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우리 아들에게 그 일을 맡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보름 전 회장님이 저를 은밀히 불렀습니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은 거 같다면 비서실과 별도로 유전자 검사를 하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것도 은밀히 진행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비서실과 별도로 유전자 검사를 하라고 부탁하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비서실을 이제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고 … 송상하 부회장이 비서실을 장악한 거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 업체와 은밀히 접촉했습니다. 박재영씨 유전자를 채취할 때 두 개를 채취해서 그 하나를 받기로 했습니다.

은밀히 받은 박재영씨 유전자를 다른 연구소에 의뢰했습니다. 회장님 친자가 맞는지 확인했습니다.”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유강인이 송해상 회장을 떠올렸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유전자 검사를 두 번 의뢰한 게 드러났다.


유강인이 서둘러 말했다.


“그럼, 유전자 검사 결과가 어떻게 됐나요?”


“가방 안에 결과지가 있습니다. 회장님께 결과지를 보낸 후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윤동규가 말을 마치고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유강인이 서둘러 결과지를 받았다. 서류를 뒤적이다가 끝을 읽었다.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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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씨 유전자와 송해성씨 유전자를 분석할 결과, 99.99999999 퍼센트로 일치합니다. 둘 사이에 친자 관계가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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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과 송해성 회장은 부자 관계가 맞았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그걸 증명했다.


유강인이 결과지를 꽉 쥐었다.


세상에 비밀은 없었다. 그 누구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었다. 박재영이 50년 만에 아버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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