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뺑덕어멈은 한마디로 악인이었다. 재물을 노리고 심봉사와 결혼했다가 남편을 매몰차게 버렸다. 악인을 상징하는 잔을 찾아야 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서둘러 생각에 잠겼다.
“으으으~!”
홍보팀장 지수미의 상태가 계속 나빠졌다. 입에서 검은 피가 계속 흘러나왔다. 엄청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거 같았다.
남은 별로 시간이 없었다. 문제를 빨리 풀어야 했다.
“잘 해봐. 유강인 선생님.”
병아리 2, 배기원이 말을 마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난간으로 걸어가더니 점퍼를 벗었다. 스웨터마저 벗자, 검은색 잠수복이 나왔다.
“자, 잠수복!”
유강인이 잠수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병아리 2의 탈출 계획을 알아챘다.
병아리 2의 탈출 계획은 치밀했다. 해안 절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간 다음, 바다에 잠수해 포위망에서 벗어나려는 거였다.
딱 봐도 잠수에 자신 있는 거 같았다.
“젠장!”
유강인이 이를 있는 힘껏 악물었다. 일단 문제를 빨리 풀어야 했다. 이를 꽉 물고 뇌를 흔들었다. 뇌세포를 모두 동원해서 문제를 풀어야 했다.
“으으으~!”
홍보팀장 지수미가 몸을 벌벌 떨었다. 검은 피가 멈추지 않았다.
“서둘러야 할 거야. 유강인 탐정님.”
병아리 2, 배기원이 오리발을 신으며 말했다.
“젠장!!”
유강인이 크게 외쳤다. 그 목소리가 밤하늘에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듣고 옥상문 뒤에 있는 형사들이 안절부절못했다. 원창수 형사가 말했다.
“정형사님, 유탐정님이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거 같습니다.”
“그런 거 같네요.”
“어떡하죠? 지금 달려가서 놈을 체포할까요?”
“그게 ….”
정찬우 형사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유강인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섣불리 행동했다가 일을 그르칠 수 있었다. 그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더 기다려 봅시다.”
“알겠습니다.”
원창수 형사가 답을 하고 계속 바깥 상황을 주시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들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두컴컴한 하늘이 두 눈에 들어왔다. 그때 별 하나가 반짝거렸다. 샛별이었다.
순간!
“아! 그렇군!”
유강인이 뭔가를 깨닫고 고개를 내렸다. 그가 급히 한 손을 뻗었다.
검은색 잔, 붉은색 잔, 황금색 잔 중 그의 손에 들린 건 황금색 잔이었다.
유강인이 황금색 잔을 들고 홍보팀장 지수미에게 달려갔다. 잔을 든 손이 마구 떨었다. 덩달아 잔도 이리저리 흔들렸다.
유강인의 선택은 황금색 잔이었다. 황금색 잔이 정답이 아니라면, 홍보팀장 지수미는 이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뭘 주저하나? 천하의 유강인이 이렇게 담이 작았나?”
병아리 2, 배기원이 등에 산소통을 매고 말했다.
유강인이 황금색 잔을 꽉 잡았다. 황금색 음료가 잔 속에서 출렁거렸다. 음료가 참 아름다웠다. 황금 물이 넘실거리는 거 같았다.
잠시 이를 악물고 황금 물을 바라보던 유강인이 홍보팀장 지수미에게 말했다. 절박한 목소리였다.
“다른 수가 없습니다. 이 잔을 드셔야 합니다.”
“으으으~!”
홍보팀장 지수미가 대답 대신 몸을 마구 떨었다. 떨리는 사지를 주체하지 못했다. 입에서 검은 피가 계속 흘러나왔다.
“제발!!”
유강인이 크게 소리치고 행동을 개시했다. 황금색 음료를 홍보팀장 지수미에게 먹였다. 황금 물이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내려갔다.
“신이여!”
유강인이 다시 크게 외쳤다. 그 소리가 매우 간절했다. 모든 게 타들어 가는 극심한 가뭄 속 대지를 적시는 빗방울을 갈구하는 거 같았다.
홍보팀장 지수미가 황금 물을 반 이상 먹었다.
유강인이 병아리 2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뺑덕어멈은 탐욕의 화신이다! 탐욕의 상징은, 황금이다! 그래서 이 황금 잔이 바로, 바이오클린이다!”
“하하하!”
병아리 2, 배기원이 크게 웃었다. 그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유강인이 잔을 내려놨다. 병아리 2에게 외쳤다.
“병아리 2, 어서 말해! 내 선택이 옳은 거냐?”
병아리 2, 배기원이 대답 대신 난간 위로 올라갔다. 두 손으로 로프를 잡았다. 로프를 꽉 잡고 말했다.
“그건, 유강인, 네놈이 패배를 인정하면 말해주겠다.”
“뭐, 뭐라고?”
유강인이 두 눈을 쟁반처럼 크게 떴다. 병아리 2가 끝까지 그를 갖고 놀았다.
병아리 2가 난간 위에 서 있었다. 잠수 장비를 철저히 감추고 로프를 꽉 잡았다.
옥상에 거센 바람이 불었다. 사람이 날아갈 듯한 바람이었다.
병아리 2, 배기원이 거센 바람을 온몸을 맞으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 보자, 유강인. 그동안 즐거웠다.”
말이 끝나자, 병아리 2, 배기원이 신속히 움직였다. 난간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휘리릭! 로프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놈이!”
유강인이 난간으로 달려갔다.
병아리 2, 배기원이 바다를 향해 떨어졌다. 로프를 잡고 20m 아래를 거침없이 내려갔다. 능숙한 레펠 솜씨였다.
몇 초 후
탁!
로프가 다 풀리며 팽팽해졌다.
병아리 2, 배기원이 수면 3m 위에 붕 떠 있었다.
“흐흐흐!”
병아리 2, 배기원이 비열한 웃음을 흘리고 사방을 살폈다. 저 앞에 드넓은 바다가 보였다. 수평선이 아득했다. 파도는 여전히 높았다.
해경 경비선 세 척이 보였다. 강렬한 라이트가 수면과 절벽을 비췄다.
“크하하하!”
병아리 2, 배기원이 기분이 좋은 듯 크게 웃어댔다. 고개를 들고 저택 옥상을 향해 외쳤다.
“유강인! 패배를 인정해라! 너는 나를 잡을 수 없다. 이 판은 내가 다 짠 판이다!”
유강인이 그 소리를 듣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병아리 2가 저 아래에 있었다.
유강인의 두 다리가 떨렸다. 병아리 2가 끝까지 그를 조롱했다.
바람이 잦아들었다. 정적이 옥상에 감돌았다.
그때! 유강인의 눈빛에 불꽃이 팍 일었다. 순식간에 저택을 태울 수 있는 거대한 불길 같았다.
유강인이 급히 움직였다. 테이블로 달려가서 두 번째와 세 번째 테이블 검은색 잔을 양손에 들었다. 다시 난간으로 돌아와 크게 외쳤다.
“병아리 2, 잘 들어라! 내가 졌다.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겠다! 승리자는 병아리 2 너다! 유강인이 완벽히 졌다.”
그 소리가 바닷가에 울려 퍼졌다.
“뭐, 뭐라고? 진짜야?”
병아리 2, 배기원이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 그가 크게 웃으며 외쳤다.
“하하하! 이제 알았냐? 나의 위대함을! 나는 악마이자 신이다. 그래서 마신(魔神)이다. 기적을 이루고 재앙을 내리는 신이지. 크하하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크하하하!”
“이때다!”
유강인이 급히 외치고 재빨리 움직였다. 손에 든 두 잔을 팽팽해진 로프를 따라서 기울였다.
검은색 액체가 잔에서 떨어졌다. 로프를 따라서 아래로 떨어졌다. 두둑! 소나기가 떨어지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잔 두 개를 깨끗이 비우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병아리 2, 기대해라! 카운터블로다!!”
“크하하하!”
병아리 2, 배기원이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유강인이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자, 그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때! 검은색 액체가 허공을 가르며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칼날과 같았다.
툭툭!
“응?”
병아리 2, 배기원이 두 눈을 찡그렸다. 뭔가가 얼굴로 떨어졌다.
“뭐야 이거?”
병아리 2, 배기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입을 다물지 못했을 때, 바로 그때! 검은색 액체 몇 방울이 입안으로 쑥 들어갔다.
“뭐가 떨어졌는데 … 비가 오나?”
병아리 2, 배기원이 고개를 쳐들고 중얼거렸다.
유강인은 난간 위에 서서 병아리 2의 행동을 지켜봤다. 그가 무전기를 들었다. 서둘러 무전을 날렸다.
“병아리 2가 로프를 타고 바닷가 절벽을 내려갔습니다. 해경은 그자를 체포하세요! 반드시!!”
“네, 알겠습니다!”
해경에 비상이 걸렸다. 동시에 정찬우 형사와 원창수 형사도 행동을 개시했다. 문을 활짝 열고 옥상 안으로 뛰어들었다.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둘이 유강인을 찾았다. 유강인은 난간 앞에 서 있었다.
“유탐정님!”
형사 둘이 유강인을 향해 달려갔다.
한편 병아리 2, 배기원은 참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리둥절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 한 손을 들어 손바닥을 펼쳤다. 떨어지는 빗방울은 없었다.
“이게 뭐지? 뭐가 떨어진 거지?‘
병아리 2, 배기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가 불길한 거 같았다.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다 그 손으로 얼굴에 떨어진 액체를 닦았다.
잠시 손에 묻은 검은색 액체를 내려다보다가 그 냄새를 맡고 기겁했다.
“헉! 이, 이건! … 아, 안돼!! 이걸 먹었어!”
병아리 2, 배기원이 급히 움직였다. 손가락 두 개를 입에 쑥 넣고 구역질을 시도했다.
“캑! 캑!”
그렇게 병아리 2, 배기원이 검은색 액체를 뱉어내려고 용을 썼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한번 들어간 건 다시 나오지 않았다.
“젠장!! 유강인, 이놈의 X놈의 자식, XXXX!!”
병아리 2, 배기원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지거리를 마구 내뱉기 시작했다. 구역질에 실패하자, 품에서 칼을 꺼냈다. 로프를 자르려고 할 때
“억!”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병아리 2, 배기원이 커다란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치명적인 독, 검은색 액체를 먹었다. 그 약은 맹독이었다. 소량만 먹어도 사지가 뒤틀리는 엄청난 고통을 유발했다.
“으윽!”
병아리 2, 배기원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다. 커다란 고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누가 쇠파이프를 들고 마구 때리는 거 같았다. 이는 인정사정없는 구타와 같았다. 머리가 깨지고 팔다리가 부서지는 거 같았다.
“아, 안돼! 안돼!!”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병아리 2, 배기원이 간신히 로프를 잘랐다. 몸이 바다를 향해 떨어졌다.
1초 후
풍덩! 소리가 들렸다.
해경 경비선이 절벽을 향해 다가왔다. 세 척이 동시에 움직였다.
“제기랄! 으윽!”
병아리 2 배기원이 서둘러 잠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엄청난 고통이 몸을 잠식했다. 견딜 수 없는 통증이 거대한 폭풍처럼 몰아쳤다.
해경 경비선 세 척이 속도를 높였다. 높은 파도를 헤치고 해안가 절벽으로 향했다. 경비선에서 보트가 내려왔다. 보트가 높은 파도를 타고 해안 절벽으로 향했다.
타타타타!
타타타타!
모터 소리가 크게 들렸다. 보트 두 정이 해안가 절벽으로 다가왔다.
“아, 안돼!”
가까스로 물 위에 떠있던 병아리 2, 배기원이 커다란 위기를 느꼈다. 서둘러 산소통을 버렸다.
현재 잠수가 아니라 수영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몸을 가볍게 해야 했다.
그 모습을 한 남자가 물끄러미 지켜봤다. 탐정 유강인이었다. 난간에 서서 말없이 상황을 지켜봤다.
해경 경비선 라이트가 한 사람을 비췄다. 바로 물 위에서 연신 허우적거리는 병아리 2, 배기원이었다.
형사 둘이 유강인 근처로 왔다.
원창수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거죠?”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병아리 2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갔습니다. 방심하다가 자기가 준비한 독을 먹었습니다. 독을 먹은 이상, 정의로운 파도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그를 체포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형사님들을 보트를 타고 경비선으로 가세요.
병아리 2는 오늘 밤 동료를 버리고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밀항이 목적이었을 겁니다. 밀항을 시도했다면 몸에 바이오클린 자료가 있을 겁니다. 그걸 확보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형사들이 크게 답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홍보팀장 지수미에게 걸어가 그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상태가 괜찮았다.
그녀가 의식을 차렸다. 두 눈에 초점이 맞았다. 검은 피도 더는 흐르지 않았다.
뺑덕어멈을 상징하는 건 황금색 잔이 맞았다. 그 잔에 담긴 게 바로, 기적의 약 바이오클린이었다. 바이오클린이 그 효험을 발휘했다.
유강인이 참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홍보팀장 지수미의 두 손을 꼭 잡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이 홍보팀장 지수미의 뺨을 적셨다. 지수미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