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세상을 크게 둘로 나누어보자. 다소 극단적이고 무리한 분류이지만 큰 그림에서 보자. 탄소를 포함했는지를 기준으로 유기물과 무기물로 나누는 것이다. 이중 유기물은 다시 동물과 식물로 나뉜다.
식물은 땅의 영양성분을 흡수해 복잡한 물질을 합성하고, 동물은 그걸 먹고 영양소로 분해한다. 이게 자연스러운 순환이다. 사람은 이 순환의 한부분을 차지한다 . 그렇다면, 우리 몸이 가장 편안해하는 방식도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적당히 조리해 먹는 방식이 아닐까? 자연스럽지 않은 먹거리는 입에서는 달아도 내 몸에는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한국의 밥상이 대단하다는 건, 이미 이 자연의 리듬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의 밥상을 떠올리면 답은 간단하다. 투박한 잡곡밥과 텃밭 채소, 직접 담근 장아찌와 멸치 육수 된장찌개가 전부인 소박함이다. 오직 자연 그대로의 담백한 재료들만 있었다.
우리는 그 단순한 한 끼 앞에서 비로소 복잡했던 머릿속 생각을 내려놓고, '아, 이제 좀 쉬는구나' 하는 깊은 위안을 얻는다. 이게 바로 몸이 요구하는 자연스러운 휴식이다. (물론 어머니의 손맛과 보살핌이 가장 큰 위안이기는 하다.)
우리가 매일 젓가락을 드는 행위는 단순한 끼니 때우기가 아니다.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은 곧 내 몸의 건강과 활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결정하는 가장 능동적이고 중요한 행위이다.
한국인에게 음식은 안부이자 생명 그 자체이다. 그래서 인사말도 밥 먹었는지 물어본다. 한국에 처음온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인사말중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사말이다.
음식 속 특정 영양소는 기분을 안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의 재료가 된다. 즉, 먹는 행위 자체가 심리적 평온을 주는 힐링의 도구인 셈이다. 그러니 휴식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회복하고 정비할 수 있도록 최고의 재료를 전략적으로 '공급'하는 능동적 행위라고 정의해야 한다.
밥 먹었는지 묻는 배경에는, 몸은 건강한지, 마음은 평온한지, 하는 일은 잘되고 있는지등등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헤아리는 촉명함이 묻어나는 인사말이다.
정제된 음식의 역설: 소화기관에게 강제로 휴가를 주는 대가
우리 몸은 먹은 음식을 고분자에서 저분자로 '분해'하는 아주 중요한 노동을 한다. 이 노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생체 리듬을 유지한다. 그런데 도시 근로자가 된 우리는 주어진 휴식시간에 빠르게 먹고 조금이라도 더쉬겠다는 생각에 정제 가공 식품이라는 '편의점 혁명'에 사로잡힌다.
이 정제 가동 식품이 언제부터 우리 곁에 있었을까? 가공식품은 19세기 초, 대규모 병력의 장기 이동과 보급 문제, 즉 군사적 필요에서 시작되었다. 통조림 기술이 그 시초이다. 이후 산업 혁명과 결합되면서 영양소와 섬유질은 다 빼버리고, 보관만 쉽고 입에서 살살 녹는 단맛과 인공적인 맛, 즉 식품 첨가물만 남은 "속빈 강정"이 대량화되었다.
흰쌀밥, 밀가루, 설탕처럼 고도로 정제된 음식은 소화기관에게는 '할 일 없음'이라는 강제 휴가를 주는 것과 같다. 문제는 이 '편한 휴가'의 대가를 췌장이 홀로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분해할 노동이 없으니 정제된 탄수화물은 혈액 속으로 너무 빠르게 흡수되고, 이 급격한 '혈당 스파이크'는 인슐린 시스템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와 과부하를 준다.
뇌가 스마트폰 때문에 혹사당했듯, 이번엔 췌장이 혹사당하고 활력 대신 피로를 안겨주는 것이다.
미국의 '저지방' 다이어트와 당뇨병의 급증
이 역설의 가장 극적인 사례는 미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70~90년대 미국은 '저지방(Low-Fat)' 다이어트 열풍에 빠졌다. 지방을 뺐더니 맛이 없어진다. 이걸 어떻게 채웠겠나? 설탕, 액상과당 등 정제 탄수화물을 들이부었다. 그리고는 이걸 '편의성과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광고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비만과 제2형 당뇨병 환자 수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했다. 소화 노동을 건너뛴 고농도 탄수화물이 인슐린 저항성을 만성화시킨 결과이다. '편리한 식단 혁명'이 비만과 당뇨라는 거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 것이다. 미국인구의 30%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뒤섞인 '종합선물세트(정제가공식품)'를 한입 가득 넣을 때 느껴지는 깊은 만족감은 단순한 배부름이 아니다. 다양한 "속빈 강정"들과 식품첨가물이 혀와 뇌의 쾌락 중추를 한 번에 강렬하게 자극하며 모든 소화효소를 한번에 쏟아내게 하면서 도파민과 같은 행복 호르몬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이런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서 신나는 파티의 결과는 극도의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뇌는 이 강력한 보상 신호에 단단히 중독된다. 그래서 이성은 '이거 끊어야해'라고 소리치고, 쾌락 중추는 '오늘 한 번만 더!'를 외친다. 뇌는 부추키고 몸은 잠깐의 즐거움 뒤에 몰려오는 피로에 상하기 시작한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정제 가공 식품의 늪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 몸에 자연스런 '할 일'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껍질이 남아있는 거친 곡물이나 천연 채소처럼 '천연 재료'를 선택하자. 소화기관은 열심히 일할 거리를 얻고, 혈당은 안정적으로 공급되어 능동적인 활동을 유지하게 된다.
음식은 단순한 연료 덩어리가 아니다. 특히 호르몬 변화를 겪는 중년에게는 생명 유지에 절대적인 직접적인 재료이다. 단백질, 지방, 미네랄이 스트레스 호르몬, 수면 호르몬, 성호르몬 등을 만든다.
왜 어떤 사람은 갱년기를 덤덤하게 지나가는데, 어떤 사람은 심한 충격을 받을까? 이는 단순한 호르몬 고갈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휴식, 운동, 식단 관리에 소홀했던 습관들이 몸에 쌓아놓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부적절한 생활 습관이 몸의 회복 탄력성을 떨어뜨린 결과이다.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활동은 갱년기 증상(안면 홍조, 우울감 등)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좋은 재료로 섭취하는 '능동적인 식단'이 몸의 스트레스를 줄여 요즘 유행하는 "저속 노화"와 함께 가장 전략적인 휴식이다.
실제로 하버드 의대에서 10만 명을 30년 동안 추적한 결과, 건강한 식단을 꾸준히 지킨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건강한 노년을 맞을 확률이 무려 86%나 높다고 보고된다.
통곡물, 채소, 좋은 지방이 풍부한 식단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몸속의 만성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까지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된다.
식단은 단순히 밥이 아니라 '노화 시계의 속도 조절 버튼'인 것이다. 이 능동적인 식단이야말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저속 노화로 가는 가장 확실한 티켓이다.
능동적 식단은 무엇을 말하나?
콩류와 통곡물을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두부, 청국장 등 이소플라본이 풍부한 콩류는 호르몬 균형에 도움을 주고, 흰쌀밥 대신 현미, 보리 등 통곡물로 대체하여 식이섬유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칼슘과 비타민 D가 풍부한 우유, 치즈, 뼈째 먹는 생선, 해조류를 충분히 섭취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받는다..
조리법은 '삶기'와 '찌기'가 추천된다. 고기는 살코기 위주로 삶아 포화지방을 줄이고, 등푸른 생선은 찜 형태로 섭취해 오메가-3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반드시 피해야 할 음식과 습관도 기억해야 한다. 가장 먼저,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고도 정제 탄수화물이다. 흰쌀밥, 흰 밀가루, 설탕처럼 인슐린 과부하를 유발하는 단순당과 정제 식품은 피해야 한다.
이런 음식을 안 먹고 있다고? 혹시 오늘 외식을 했다면 100% 이런 음식을 섭취했다고 봐야한다. 밀가루와 설탕이 안들어간 음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육류의 기름진 부위나 가공식품의 포화 지방과 트랜스 지방은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줄인다. 조리법으로는 '튀김'과 '직화 구이'를 피하고, 짠 음식, 매운 음식, 카페인, 알코올은 갱년기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자제해야 한다.
매번 거창한 식단을 준비하기 어렵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저속 노화(Slow Aging)'라는 화두가 시중을 달구는 이 시대에, 우리는 아주 작은 행동 변화로 몸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바로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것이다. 혈당 스파이크를 잡는 것이 곧 몸속의 만성 염증을 줄이는 핵심이며, 이는 곧 노화 시계를 늦추는 가장 쉬운 능동적 휴식이다.
웨일 코넬 의대 등의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양의 음식을 먹어도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하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으면 식후 혈당 상승 폭이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고 보고된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채소의 식이섬유가 위장에 먼저 도달하면 위 배출 속도를 늦추는 '점성 방파제'를 만든다. 이 방파제 덕분에 탄수화물이 느리게 흡수되어 혈당 스파이크를 막고, 인슐린에게 과부하를 주지 않는 가장 쉽고 능동적인 식사 전략이 된다.
식사 순서의 마법은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장 먼저, 채소나 샐러드 같은 섬유질이 풍부한 비전분 채소를 넉넉히 섭취하여 위장에 '혈당 방파제'를 짓는다. 이 방파제는 탄수화물이 흡수되는 속도를 늦춘다.
다음으로, 고기, 생선, 두부와 같은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을 먹어 몸의 든든한 기반을 다지고 포만감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밥이나 면과 같은 탄수화물을 가장 늦게 즐긴다. 이미 앞에서 단단히 준비했기에, 우리의 뇌는 혈당의 폭주 없이도 이 마지막 보상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이러한 식사 행위는 준비 과정 자체에서도 능동적인 휴식이 된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식재료를 손질하는 칼의 움직임, 끓어오르는 물의 소리처럼 느리고 단순한 행위에 집중한다. 그 순간, 우리는 이미 머릿속의 강박을 비우고 감각에 몰입하는 명상과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식탁 앞에서 수저와 젓가락을 드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먹는 사람'이 아니라 내 몸의 주인이자 가장 신중한 셰프가 되어야 한다. 채소라는 방파제를 먼저 세우고, 단백질로 든든한 기반을 다진 뒤, 마지막에 탄수화물이라는 달콤한 보상을 천천히 누리는 것이다.
먹는 순서를 바꾸는 작은 행위는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손의 감각에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훌륭한 명상이자, 지치지 않는 활력의 원료를 몸에 직접 공급하는 가장 능동적인 휴식이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자연스러운 식사 순서에 맞게 선택하는 이 작은 변화들이야말로 삶의 신선함을 되찾는 가장 확실한 휴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