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는 동안,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얼굴들 속에서 문득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저는 당신의 얼굴도, 이름도 모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인연의 끈으로든 한때 제 삶의 어느 한 페이지를 채웠던, 혹은 채우고 있을 누군가이겠지요. 이 순백의 풍경 속에서 당신에게 닿을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이 글을 써 내려갑니다.
눈은 참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세상의 모든 거칠고 모난 것들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잠시나마 이 모든 소란을 잊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습니다. 삐뚤빼뚤했던 발자국도, 성급했던 시간의 흔적들도 눈 아래서는 모두 고요히 잠듭니다. 그 모습을 보며, 혹 당신의 마음에도 저 눈처럼 포근하고 깨끗한 위로가 내려앉기를 소망했습니다. 혹시 삶의 어느 한 귀퉁이에서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오늘 내리는 이 눈이 당신의 어깨 위에 잠시 얹혀진 무거운 짐을 가볍게 덜어주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 삶의 눈보라 속에서 때로는 홀로 걷고,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걷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지금 혼자 고독하게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르고, 혹은 따뜻한 온기 속에서 편안히 이 눈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모습이든, 부디 당신의 마음만은 이 눈처럼 맑고 고요하기를 바랍니다. 세상의 시름과 걱정들이 눈송이처럼 사르르 녹아내려, 그 자리에 따뜻하고 희망찬 기운이 가득 채워지기를요.
내리는 눈을 보며 저마다의 그리움을 떠올리듯, 저 또한 이름 모를 당신에게 조용히 안부를 전합니다. 언젠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당신과 내가 같은 눈을 바라보며 비슷한 평온함을 느끼고 있기를. 그리고 그 평온함 속에서 당신의 오늘이 부디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순백의 겨울이 당신에게 따스한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기를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26. 1. 12. 월요일 오후. 눈이 내리는 날, 어딘가에서 이 글을 읽고 있을 그리운 당신에게. 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