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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절필 선언

까지는 아니구요...

by 마음리본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이 한 마디 했다.


"엄마, 요즘은 살짝 글을 찍어내는 느낌이에요.

이전 <착한 척하지 마, 오삼남>은 진짜 감동이었는데."

짜식, 찍어내다니...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지?


왜, 뭐, 맨날 진지하고 힘든 얘기만 써야 돼?

좀 가볍게 나 하고 싶은 얘기 좀 쓰면 안 돼?

누가 정해놨어?

사오춘기 반항심도 사알짝 올라온다.


평소엔 공감도 잘해주고, 감정도 잘 읽어주는 아들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누구보다 엄마 글에 피드백도 잘하고,

정성스레 읽고 코멘트도 해 주는 큰아들 말이라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프게 다가온 건

한편에 숨겨둔 마음을 들켜서인 것 같다.

나 요즘 글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기계적으로 쓰고 있나?

스스로 돌아보니 아니라고 떳떳하게 말을 못 하겠다.


뭐 핑계를 대자면,

하도 훌륭한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니

표현력이 풍부하고 섬세한 작가들의

글솜씨에 샘이 나고, 내 글이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열등감...

그 열등감을 피하고 싶어서

'여기에 나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지 않으니 괜찮아'라고

자기 합리화 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치니 부끄럽다.


쓰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

글을 쓰고, 읽는 모든 과정에 소모되는

데이터와 전기를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회의감도 밀려온다.


편히 먹고 쉬려고,

'나'에게 좀 시간을 주려고,

아이들 키우면서 육아휴직한 후

처음 쉬는건데,

매일 의무감으로

-어쩌면 아무도 기다리지 않을 글을 위해-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넋두리 좀 적어보았습니다.

당분간은 에너지를 좀

농축해두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주 가끔 올려도 양해해 주시라고요.

이러다 또 매일 올릴 수도 있답니다.


가을이라 그런가? 사오춘기라선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변덕이 죽 끓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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