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최근에 자연과학박물관에 다녀온 일이 있었다. 역시 자연과학박물관답게 그곳에는 박제된 동식물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난 그 박제된 생물들을 보면 왠지 모를 불쾌감이 들어 그 박제된 그것들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굉장히 깨끗하고 정갈하게 박제되어 있는 그것들의 발톱과 털 따위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계속해서 드는 불쾌감을 억누른 채 그것들을 내려다봤다.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왠지 모를 그 불쾌감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그런 예감이 들어 그들의 눈동자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나비나 딱정벌레와 같은 곤충들은 같은 종이 수십 마리씩 박제가 된 채 핀셋에 꽂혀 있었다. 그 모습을 마주하자 난 단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이렇게 말 못 하는 생물들이 박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라는 생각에 휩싸였다.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포획하고, 속을 텅 비우고, 약품을 처리하고, 박제를 시키는 이 일련의 행위들이 단지 인간들의 관찰과 흥미를 위한, 결국 인간만을 위한 일이었다. 이러한 일들에 동/식물들의 의지와 감정 따위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이 옳고 타당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박제된 동물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그것들을 제대로 마주하기가 어려웠다.
속이 텅 빈 채 이렇게 겉모습만이 남아 죽어서까지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몇십 년을, 아니 평생을 전시가 된 채 살아야 하는 동물들이 너무 불쌍하여 윤리적으로 어긋난 행동을 하는 인간의 이기심에 정이 떨어졌다. 그런데, 그런 박제되어 있는 그것들을 보고는 바로 뒤에서 “귀엽다”라는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뱉는 사람들을 보자 나는 그것이 굉장히 불쾌하여 무언가 기기괴괴한 기분을 느꼈다. 그런 고통 속에서 죽어간 그것들의 박제된 모습을 보고 “귀엽다”라는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존재는 단연코 이 세상에 인간이라는 생물 밖에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섬뜩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결국 나는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시선을 아래로만 내리깐 채 박제된 그것들을 얼른 지나쳐 나왔다. 도망치듯 나온 밖에서 크게 숨을 내뱉고는 다시금 뒤에 있는 그 거대한 건물을 올려다보자, 왠지 그 건물에서 폐가와 같은 으스스함이 느껴져 닭살이 돋았다. 이제야 그것은 내게 ‘박물관’이라는 이름의 인간의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도살현장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