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를 긋는다

by 이공칠

그는 멍하니 서서, 물 웅덩이를 바라본다. 첨벙 첨-벙 창문 바깥에 물 웅덩이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눈으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창문 안쪽 이곳에는 어떤 가수의 노랫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문다. 그 어떤 소리보다 그저 비가 오는 것을 듣고 있다.


나는 이렇게 그를 묘사했다. 며칠 전 우연히 그를 보았다. 우산을 들면 내 머리가 어디로 가는지 가릴 수 있어 나는 좀 더 자유롭게 주위를 둘러본다. 게다가 그날은 새로 산 장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바지가 젖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어디로 가고 있었다. 그러다 그를 보았다.


그는 키가 컸다. 다문 입에 눈은 가느다랗게 떴다. 일부러 그렇게 뜬 건지, 눈이 다른 사람들 보다 작은 건지 모르겠다. 나는 눈이 마주칠까 재빠르게 고개를 내렸고, 그의 손을 보았다. 손은 쥔 건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어정쩡하게 구부렸다. 그의 옷은 모두 까매서 빗물을 맞았는지 모를 정도였다. 나는 그가 그 장소에서 멍하니 서있는다고 생각했다. 그의 눈이 그렇게 말했다. 그의 분위기를 더해주는 것은 그의 앞에 있는 커피이다. 따뜻한 그 커피의 김을 보면 시간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이미지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왜일까? 잘 모르겠다. 그저 기억에 남았고 그 기억을 좀 더 간직하고자 이렇게 글을 썼다. 약간의 상상력을 더했지만, 나는 그가 아직도 무언가를 기다린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덧붙인다. 펜을 내려놓고 손톱을 물어뜯는다. 내 귀에 그가 들었을 만한 노래를 들으면서 그가 기다리는 것을 만들었다.


그는 그곳에서 비를 보냈다. 태양이 제 빛을 온전히 다 쏟아낸 직후, 비는 멈추었다. 그는 어둠이 더 짙게 깔리기 전에 카페를 나갔다. 그는 그의 옷 색과 같아진 밤하늘처럼 이윽고 사라졌다. 기다리는 무언가가 온 것일까? 아니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날 그는 그곳에서 그렇게 무언가를 기다려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다 쓰고 나니 별 내용이 없어 민망하다. 나는 그에 대한 생각을 접기로 한다. 나도 다시 어딘가로 향한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고, 발 끝이 젖지 않아 다행일 뿐이다.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