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백수 채희태 Jan 21. 2020

민중가요를 통해 나의 청춘을 소환하다!

"민중가요 이야기" 연재를 마치며

pre script...

원래 “the 청춘” 콘서트가 취소 되기 전에 썼던 글이라 다소 쌩뚱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마무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연출팀과 협의해 연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이 상황에 어울릴까요? 감정의 순서대로 표현을 하자면 섭섭시원이 맞을 것 같기도 합니다. 키높이의 원고지를 쌓으며 장편대하소설을 쓰는 ‘진짜’ 작가가 들으면 콧방귀를 뀌겠지만, 민중가요 이야기를 쓰는 내내 연재를 한다는 부담감이 늘 저를 “즐겁게” 괴롭혔습니다. 잠자리에 들거나, 운전을 할 때, 그리고 샤워를 할 때 등, 주로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불쑥불쑥 민중가요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중 반이나 제대로 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막상 쓰려고 하면 마치 꿈처럼 그 기억들이 빠르게 소멸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제 인생에 기타를 처음 잡았을 때처럼 설레면서도 행복한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다  


기억은 늘 현실의 처지와 관점으로 재해석됩니다. 그래서 저는 민중가요에 대한 과거의 기억들을 현실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싶은 욕심을 부렸던 것 같습니다. 민중가요에 대해 저와 다른 견해를 가지신 분들은 제 글이 불편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장이 아닌, 그저 덜 여문 부족한 견해일 뿐이라고  여겨 주시고 너그럽게  품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연재를 끝내려다 보니 미처 다루지 못했던 노래와 기억들이 제 머릿속에서 서로 아우성을 치는 것 같습니다. 주로 제가 적극적으로 소비했던 시기의 민중가요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다 보니 80년대 이전의 민중가요와 90년대 중반 이후에 나온 민중가요들은 다루지 못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민중가요의 흔적들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사실 민중가요를 빛낸 가수들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저 평등에 땅에”,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부른 새벽의 ‘윤선애’가 민중가요의 감성을 담당했다면, “끝내 살리라”, “불나비”, “또다시 앞으로”를 부른 노래공장의 ‘류금신’은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창(唱)을 바탕으로 마치 미국의 여성 록커 ‘팻 베나타(Pat Benatar)’를 연상케 하는 폭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통일노래한당에서 “진혼곡”을 부른 ‘김영남’의 가창력은 관중들을 전율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얼마 전 앨범을 내며 활동을 이어오고 계시는 노찾사 출신의 ‘문진오’ 선배님, 8집을 준비하고 계시는 ‘손병휘’ 선배님, 신세대 민중가요, “내가 그대를 처음 만난 날”을 부른 후, 여전히 노래를 운동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윤)미진이, 그리고 한때 꽃다지의 메인 보컬을 담당했던 ‘빡향미’, 유튜브에서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를 검색하면 같이 등장하는 ‘꽉경희’와는 깊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인연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결같이 민중가요를 지켜오고 있는 ‘꽃다지’나 ‘우리나라’에 계신 분들께는 민중가요의 변방에서 서성이던 제가 혹시라도 주제를 넘은 것은 아닌지 늘 걱정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재를 끝내기 전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부족한 저에게 과분한 기회를 준 윤미영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작년 가을이었나? 뜬금없이 민중가요 소환하고 싶다고 하길래 그런가 보다 했더니 갑자기 대형 사고를 쳤더군요. 모쪼록 사고가 잘 수습되길 바랍니다.

연재 내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글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김정현씨한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부터는 조언은 아끼셔도 됩니다. ^^ 첫 번째 통화했을 때의 낯설음이 아직도 여운으로 남아 있네요. 덤으로 묵묵히 지지해 주신 김현수 PD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연재마다 빠짐없이 댓글을 달며 응원해 주신 열혈독자 ‘파란바람’님과 ‘최경아’ 선생님께는 특별히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나중에 진짜 책이란 걸 내도 두 권은 반드시 팔리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내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공식 연재는 이 글이 마지막이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제 브런치에서 연재를 이어갈까 합니다. 다른 분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았으니 직접 참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이니 브런치 주소 남깁니다. 사실 공식 연재 전에 몇 회 앞서서 제 브런치에 연재를 해 왔습니다. 쿠키(?)를 구워주시는 분께는 따로 링크를 보내드릴 용의가 있었지만, 상 도의상 그러지 못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populace-song


마지막으로 음악 의견가 ‘서정민갑’님께 감사드립니다. 민중가요 이야기에 직접 인용을 하지는 않았지만, 서정민갑님께서 민중가요에 대해 먼저 연구하신 내용들이 글을 쓰는데 좋은 자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민중가요 이야기를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민중가요 소환콘서트 "the 청춘" 포스터


post script...

민중가요 소환콘서트 “the 청춘”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6월로 연기되었습니다. ㅠㅠ 그동안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고생해 왔던 많은 관계자들, 그리고 필자를 포함해 “the 청춘”을 기다려온 많은 관객들의 실망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6월 13일이 될 것 같다고 방금 확인하였습니다), 시간에 쫓겨 미처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완되어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콘서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언젠가 “the 청춘”의 ‘소환’을 받으면 그 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편견에 갇힌 나와의) 투쟁!!!

 

마지막으로 제가 50세가 되던 해에 청춘의 시절을 그리워하며 만든 자작곡을 첨부합니다. 기대는 거두어 주시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


자작곡 “홍추가 청춘에게” 악보


이전 28화 투쟁에서 일상으로 침투한 민중가요, "전화카드 한 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