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비디오테이프가 가득했다.

단편소설_상미 사람들(10)

by 글쓰는 백구

“예슬아 괜찮아?”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만덕이가 뒤따라 들어갔다. “야, 영진아 들어와봐” 밖에 나도 있었다. 왜 나는 안 부르는 것인가. 의아했다. 영진이와 함께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보기보다 내부는 넓었다. 150cm정도의 중학생 키로 가늠하면, 문에서부터 정면 벽까지 한 명이 누울 정도였고, 가로로는 세 명 정도가 누울 수 있는 크기였다. 방송에서 쓰는 ENG카메라와 조명이 보였다.


그 옆으로는 원목 책상이 있었다. 책상 위에는 버려진 주사기 수십 개가 놓여져 있고 하얀 가루들이 묻어있었다. 그 옆으로 벽에는 수백 개의 비디오테이프가 쌓여있어 컨테이너 3면의 벽을 가득 채웠다. 가운데 바닥에는 검은 얼룩이 덕지덕지 묻은 침대 매트릭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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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가장 먼 부분에는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전자기기와 TV가 있었다. 그리고 악취가 풍겼다. 은행나무 열매와 오래된 소변, 구토 등의 냄새가 뒤섞여 느껴졌다. 구역질이 났다.


영진이는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앞에 놓여있던 비디오테이프를 집어 던지며 ‘악’ 소리를 질렀다. 테이프들을 자세히 보니 많이 보던 이름이 써있었다.


‘우제희양 비디오’


영진이 어머니 이름이었다. 나는 숨을 헐떡거리고 헛구역질을 하는 영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와 영진이 등을 두들겨 줬다. 만덕이와 예슬이는 몇 분 동안 나오지 않았다.


“야, 안 나오고 뭐해”


여자 신음소리가 들렸다. 다시 들어간 컨테이너 안에서 예슬이와 만덕이는 비디오 정지버튼을 누른 것처럼 표정까지 멈춰 있었다.


“뭐하고 있냐니…까….”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보였다. 영진이네서 봤던 인터넷 사이트의 동영상이 브라운관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우제희양 비디오’를 재생한 것이다. 둥지아파트 지하에서 엄마를 만난 것보다 더 큰 혼란이었다.


비디오 속 장소는 지금 우리가 있는 컨테이너였다. 남녀가 뒹굴고 있는 곳은 컨테이너의 침대 위였다. 컨테이너의 문을 지나온 것이 도덕의 하한선 밑으로 내려온 기분이었다.


이때 만덕이는 갑작스레 쌓여있는 비디오테이프들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던 수백 개의 테이프가 우르르 무너졌다. 벽에는 무릎 높이에 사람 몸통보다 조금 큰 네모난 구멍이 있었다. 구멍은 콘크리트로 일부러 만든 것 같이 보였다.


“아니, 시발… 이게 다 뭐야…”


만덕이는 씩씩거리며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나와 예슬이가 뒤따랐다. 내부는 사람이 서있을 수 있는 높이였고, 깊이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 많이 본 벽 같았다. 냄새도 맡아본 것이었다.


엄마가 일하는, 둥지아파트 지하에 있는 시계공장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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