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리뷰(해석, 결말)
요즘은 그런 사람 없잖아요.
회사 동료가 말했다. 2014년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을 다시 봤다고 한다. 배우 강소라가 연기하는 '안영이'가 성희롱을 당하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한 말이다. 극 중 마부장이라는 사람은 "파인 옷 입고 온 그 여자가 잘못이야. 만지길 했어, 들여다 보길 했어. 숙일 때마다 가리기에 뭐하러 그런 옷을 입고 왔니. 그냥 다 보이게 둬"라고 말한다. 동료는 당시에는 드라마가 사회를 제대로 비판한다고 봤는데, 이제는 너무 옛날 얘기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성희롱을 바라보는 사회적 태도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18세기에는 어땠을까. 21세기와 18세기의 성차별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차별일지라도 어떻게 변화를 추구했느냐는 비교할 수 있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프랑스혁명 직전의 18세기 독립공화국이었던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역을 배경으로, 여성들에게 선택권이 없던 시대를 그린다. 귀족 여성은 결혼할 남성을 선택할 수 없고, 여성 예술가는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적을 수 없었다. 영화는 당시 사회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으며 불협화음을 내고, 스스로 삶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영화를 연출한 셀린 시아마 감독은 소녀 간의 첫사랑 이야기를 다룬 장편 데뷔작 <워터 릴리스>(2007)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후 <톰보이>(2011)로 제6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테디 심사위원상을, <걸 후드>(2014)로 제67회 칸영화제 퀴어종려상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제72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했다. (황금종려상을 두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경합했다.)
18세기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의 한 섬에서 지내고 있는 엘로이즈(아델 하에넬)는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정략결혼을 위해 밀라노로 가야 한다. 당시는 사진이 없었기에 서로 초상화를 주고받았는데, 결혼이 하기 싫었던 엘로이즈는 초상화 그리기를 거부한다.
이에 엘로이즈의 어머니(발레리아 골리노)는 딸의 초상화를 몰래 그리기 위해 여성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메를랑)를 고용한다. 마리안느는 딸의 산책 동무로 위장해 엘로이즈의 얼굴을 보며 몰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엘로이즈를 관찰하던 마리안느는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엘로이즈 역시 마리안느에 대한 마음이 커진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다가간다.
우린 동등해요,
아주 동등하죠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요
뒤를 돌아보지 말 것
뒤돌아봐요
삶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길을 택한
여성들의 용기, 사랑에
이 영화를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