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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뒷담화
By 글쓰는 백구 . Apr 18. 201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隠し>

지금의 현실을 만든 어른들의 뒤늦은 후회와 사과

*이 글은 폰 케이스를 가오나시로 바꾼 뒤 기분이 좋아져 쓴 글입니다.

 

21세기 위대한 영화 4위

 

지난해 8월 23일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을 발표했다. 36개국 177명의 영화 평론가들이 참여, 투표하여 순위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도에 많은 무게가 실렸다. 그중 주목할 만한 점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신비로운 이야기를 넘어 날카로운 사회 비판까지 담고 있다. 특히 물질만능주의로 인간성을 잃어가며 인공지능과 대결을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10살 소녀 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시골로 이사를 가던 중 길을 잃고 우연하게 폐허가 된 놀이 공원에 도착한다.

치히로가 불길한 느낌에 돌아가자고 하지만 부모님은 무언가에 홀린 듯 길을 따라가다 어느 음식점 앞에 놓인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혼자서라도 돌아가려는 치히로는 우연히 신비로운 소년 하쿠를 만난다. 그는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라고 치히로에게 말하지만, 부모님은 이미 돼지로 변해버렸다.

갈 곳을 잃은 치히로는 하쿠의 도움으로 유바바의 온천장에서 일하며 다양한 일을 겪게 된다.

 

일본 성문화를 비판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한 여러 해석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일본 성문화 비판’이다. 이러한 해석은 일본의 영화 평론가 마치야마 토모히로(町山智浩)의 블로그에서 시작됐다. 그는 일본의 '풍속문화(성문화)'를 언급한 감독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품과 연결 지어 평론했다. 영화를 연출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한 인터뷰 중에 ‘현대사회를 그린다면 가장 적합한 주제는 일본 풍속문화(성문화)다. 일본은 모두 풍속 산업같은 사회’라고 말했다.

(이런 해석이 퍼지자 감독은 '분석은 마음대로 하십시오'라며 확답은 피했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 속 상황을 살펴보자. 센의 부모는 카드와 현금이 있어서 괜찮다며 만든 사람이 누군지, 판매하는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는다. 그들은 돈이 있다는 이유로 정체불명의 음식을 먹고 있다. 자본주의에 함몰된 어리석은 어른들은 빚을 만들었고, 딸인 치히로는 온천장에 팔려간 것이다.

 

일본 에도시대(江戸時代)에는 온천과 함께 매춘을 할 수 있는 가게들이 성행했다. 팔려간 유바바의 온천장의 이름은 기름 가게로 해석하는 ‘유야(油屋)’지만, 같은 발음인 ‘유야(湯屋)’로 온천 여관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다(일본에서는 이러한 말장난을 많이 한다). 주인공 치히로는 유바바의 온천장에서 ‘온녀’로 일하게 되는데, ‘온녀’는 일본어로 湯女(유나), 일본어 사전에 나온 정의로 볼 때 온천에서 일하는 여성 혹은 매춘부로 해석할 수 있다. 온천장 건물에 가장 높은 층에 살면서 관리를 하는 할머니 유바바(湯婆婆)는 에도시대(江戸時代)에 매춘부들을 관리하던 온천 마담을 일컫는 말이다.

네 이름을 기억해


유바바의 비서처럼 일을 돕는 하쿠는 치히로에게 이름을 잊지 말라는 조언을 한다. 그 후 치히로는 유바바에 의해 ‘센(千)’이라고 이름을 바꾸게 된다. 유바바가 치히로라는 이름 대신 ‘센(千)’이라는 이름을 남겨준 것은 에도시대에 매춘을 하던 아이들의 이름을 손님들이 부르고 기억하기에 쉬운 이름으로 바꾸던 당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영화 속 온천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원래 이름을 잊고 산다. 그러나 치히로만은 계속해서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려 한다. 가오나시가 주는 금덩이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순수함을 드러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 지점에 있다.

아이들의 애니메이션 세계를
어른들이 상품화했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은 필수다. 그러나 인간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최우선의 가치는 아니길 바란다. 감독은 돈을 좇아 몸까지 파는 젊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단순히 성매매만의 문제가 아니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경우 인격은 무너지고 인간의 존엄은 상실당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돈이 가장 중요하다면 우리는 가족과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할 필요가 없으며, 돈을 벌지 못하는 학문 공부는 시간낭비이고, 책과 방송을 통해 간접경험이 가능한 여행은 돈 낭비일 뿐이다.


치히로가 지켜낸 것은 자본주의라는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 즉, 사람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마음가짐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라고 설명하는 몇몇의 말을 들으며 안타까웠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아이들의 애니메이션 세계를 어른들이 노골적으로 상품화해가고 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에 흔히, 성장 영화, 성장 스토리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들에게 성장을 강요하고,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출 수 있다. 이 영화는 성장이 아니라 어린 소녀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려는 기성세대의 뒤늦은 후회이자 이런 세상을 남기고 떠나는 그들의 사과가 담겨있다. 아기가 사라진 줄 모르고 금을 바라보고 있는 마녀 할머니 유바바에게 하쿠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소중한 것이 사라졌는데
아직도 모르시나요?



(사진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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