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를 돌아보며
대학 문 앞에서
잘난 체하며 세상을 보던
누런 사진 속에는
그날 아버지와 함께 갔던
짜장면집 간판이 보이지 않더라.
입대한다며
친구들과 함께 울먹이던
맥주병의 소리만 남았더라.
첫 월급이라며
한껏 힘주어 먹던
파전의 냄새도 더는 찾을 수 없더라.
기억조차 희미해진
새벽 라면 냄새도
끝없이 이어지던 밤의 울음도
사진 속에는 보이지 않더라.
그 속에서
희미해진 희망과
식어버린 젊은 열정을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따뜻한 국 한 그릇에
하루의 안락함을 느끼며
그때의 뜨거운 욕망을
조용히 일상에 가두는
아주 작은 나만이 남아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