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을 나는 백구 Sep 23. 2023

평가의 계절

평가를 하는 게, 받는 것보다 쉬웠어요!

  1년 이맘때가 되면 여기저기서 업무 또는 근무 평가가 실시된다. 일반 회사만이 아니라 요즘은 학교에서도 강의 평가를 일반적으로 실시한다. 학원은 본래 다음 해 재계약을 위한 강의 평가가 일반화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 평가를 하는 입장에서 받는 입장이 되어 보니 이래 저래 신경이 쓰인다. 아이들은 내 강의와 학급 운영 등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지. 학부모님들은 어떨지. 뭐 다행인 것은 동료 평가가 없는 것이라고나 할까? 만약 동료 평가가 있었다면 가장 이기적인 사람들의 제일 밑바닥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학원장님이 평가 결과를 가지고 면담을 진행 중이다. 면담을 하고서는 웃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인상을 쓰면서 따로 모여서 수군대는 사람들도 있다. 아예 교무실로 들어서면서 대놓고 구시렁대며 욕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어떤 사람은 갑자기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도 말한다. 우습기도 하다. 그런 말을 지금까지 가장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이기적이었던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내 경우는 그리 특별한 건 없었다. 가장 인원이 많으면서도 가장 다루기 어렵고 가장 변수가 많은 반을 맡은 까닭에 주변에서도 그 어려움을 공감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특정 반에서 여럿이 강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전체 평균과 내 점수가 많이 깎여 있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다른 샘들도 비슷한 결과물을 받은 것 같았다. 

  이런 일은 대개 몇 가지 이유로 일어난다. 우선, 정말 강사가 강의를 못 할 경우다. 그렇다면 다른 반에서도 평균적으로 강의 평가가 낮게 나와야 한다. 다음은 아이들이 강의에 대한 호불호를 느낄 때이다. 특정 반에서만 문제가 된다면 이 경우가 대부분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특정 강사에 불만이 쏠린다는 특이점이 있다. 다음은 강의가 아닌 감정적인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아이들이 감정적으로 불만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담임의 무관심 내지는 무책임한 행동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아이들은 담임교사(강사)의 한 마디에 많이들 움직이기 때문에 어떻게 말을 했는지에 따라서 그 결과는 사뭇 달라지곤 한다. 

  이와 같은 일을 근거로 할 때 나만이 아니라 다른 강사도 유사한 결과를 받았기에 마지막 이유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 반 담임은 늘 사람 좋다는 평가를 받길 원하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나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도 조금이라도 부담이 되는 소리는 안 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것을 빼앗기거나 양보하면서까지 조용히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익과 관련해서는 그와 반대다. 

  이제 근로자로 생활한 지 2년 째다. 그전까지 다른 사람의 학원을 운영해 주었다면 작년부터 다시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강의 중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다시금 생각해 본다. 얼마 있지 않아 결국은 내 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그래서 오늘은 조용히 책 읽기에 빠져본다. 전에 읽으면서 아련하고 슬픈 맘으로 옛 생각을 떠올리게 했던, '장난감 도시'와 '관촌수필' 그리고 그 외 책을 쌓아놓고 읽기 시작했다. 

  

  정작 어머니의 죽음을 내가 실감한 것은 궤짝 같은 우리 방으로 돌아와서였다. 맨 먼저 내 눈에 띈 것은 오랫동안 어머니가 누워 있던 그 아랫목이었다. 그리고 당신의 머리맡에 항시 놓여 있던 그 물대접이었다. 아무것도 거기엔 없었다. 당신도 물 대접도 보이지 않았다. 불시에 살을 맞은 것처럼 나는 가슴을 후벼 파고 날아드는 통증을 느꼈다. 그것은 무슨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내 어머니의 부재감이었다.
  벽에다 등을 기대고 나는 조그맣게 웅크리고 앉았다. 끓어오르는 울음을 더 이상 참을 길이 없었다. 끌어안은 두 무릎 위에다 나는 얼굴을 묻었다. 그러나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제야말로 벙어리가 어떻게 우는가를 나는 알 것만 같았다. - 이동하, '장난감 도시' 중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고민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고민의 끝은 늘 내겐 희망과 계획과 성공에 대한 간절한 믿음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안녕이다. 시끄러운 쇠 긁는 소리로 들려오는 지하철 소리도,
안내 방송 소리도, 소리 지르는 여자 아이들의 소리도, 조용히 들리는 노래도.

                    

매거진의 이전글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