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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정서회복력

행복한 기억 회상하기

by 배은경

어느 날, 별일도 아닌데 이유 없이 마음이 무너진다.

계속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갑자기,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진 느낌이 든다.


그럴 때 무너진 마음을 다시 붙드는 힘은 의외로 ‘행복한 기억’에서 온다.

의식하지 않아도 내 안에 남아 있는

따뜻했던 순간, 웃었던 표정, 나를 응원해 주던 눈빛...

그 안에는 우리의 감정, 관계, 그리고 회복의 실마리가 숨어 있다.


이런 회복의 힘을 정서 회복력 emotional resilience’이라고 부른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 준 경험

그때의 감정과 장면이

훗날 또 다른 시련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행복했던 기억도

감정의 백신처럼 우리 마음에 남아 있다.


감정은 사라져도 기억은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이 다시 감정을 불러온다.

그것이 바로 기억의 정서회복력이다.


코칭 현장에서 코치이(코칭을 받는 사람)가 나쁜 기억만 떠올려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례를 종종 본다.

나쁜 기억은 관조하고 행복한 기억은 몰입해야 하는데 반대로 습관적으로 하게 되니 자신이 황폐해진다.

나쁜 기억에 몰입하며 아픈 상처를 꺼내고 상대방을 원망하기를 반복한다. 결국 자신이 아프고 망가진다. 계속 반복하니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고 평생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 되어 자신과 주변사람을 괴롭힌다.


하지만 좋은 기억도 반복하면 그만큼 마음에 단단히 새겨진다.


내가 웃고 있던 순간

마음이 편안하던 시간

내가 나를 좋아했던 날


그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떠올리고

자주 꺼내보는 연습

회복을 위한 선택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오늘 하루

가장 좋았던 장면은 언제였을까?

그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그 순간의 마음은 어떤 색이었을까?


그리고 그 장면을

짧은 문장으로 적어보자.


오늘의 마음 챌린지

하루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을 한 문장으로 적어보자.


마음이 힘들 때

우리는 자꾸 뭔가를 더 하려고 한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을 다그치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건

과거의 어느 장면 속에

다정하게 웃고 있던 나를 떠올리는 일이다.


그 기억은

지금의 나를 회복시키는 힘이 된다.

기억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다정하다.


행복했던 순간을 자주 떠올리는 사람은 그 기억이 현재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감정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행복은 지금 만들 수도 있지만, 기억에서 꺼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되살아날 수 있다.


"긍정 정서는 우리가 고통을 견디고,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게 돕는다"


행복한 기억은 감정의 비상약이자 삶의 나침반이다.


일상에서 행복한 기억 꺼내기 연습


1. 감각으로 떠올리기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릴 때는,

그때의 소리, 향기, 빛, 느낌을 감각적으로 복원해 보는 것이 좋다.

예:

'바닷가를 걷던 그날, 발끝에 닿았던 파도,

친구와 웃던 카페의 창가 자리'


그 장면은 지나갔지만, 감각은 그대로 남아 있다.


2. 글로 써두기


‘행복한 기억 노트’를 만들어 짧게, 감정 중심으로 쓰는 것도 좋다.


예:

오늘 바닷가 바람 좋았다. 초롱이와 산책하며 기쁨과 사랑이 충만하다.


기록은 감정을 저장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3. 이미지로 남기기


사진을 고르거나 정리하며, ‘왜 이 장면이 좋았는지’를 다시 느껴본다.

그 순간을 선택했던 ‘나의 마음’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한 장, 메모한 줄만으로도 우리는 그 순간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사례. “그 기억이 나를 살렸어요”


코치이는 감정기복이 심하고 우울이 깊어질 때마다 ‘행복한 기억 찾기’ 과제를 수행했다.

그는 처음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곧 이렇게 말했다.


“아, 생각해 보니… 작년에 강아지랑 눈밭을 뒹굴었던 날이 있었어요. 그때는 아무 걱정도, 불안도 없었어요. 행복했네요. 그 기억이 나를 살렸어요.”


행복은 단지 ‘느끼는 것’이 아니라 ‘꺼내 쓰는 것’이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된 것이다.


마음 안 서랍을 하나 만들어서

그 서랍에는 행복한 경험을 채워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좋은 향기, 따뜻한 말, 환한 미소, 예쁜 풍경...

그리고 나의 작은 성취와 사랑했던 순간들이다.


오늘의 질문

오늘, 마음속 서랍에 넣고 싶은 기억은 무엇인가요?

오늘, 다시 꺼내보고 싶은 기억은 어떤 장면인가요?


7일의 마음 기록


하루하루 주제를 따라

오늘 마음속에 남은 따뜻한 순간을 떠올려 보자.


첫째 날

오늘, 나를 미소 짓게 한 순간은 언제였나?

그때 표정은 어땠나?

그 순간, 무엇이 좋았나?


둘째 날

오늘 떠오른 향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나?

그 향기와 함께 떠오른 감정이나 장면이 있다면

짧게 적어보.


셋째 날

오늘 누군가의 말이 마음을 움직인 적이 있었나?

그 말이 왜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감정에 집중해 보자.


넷째 날

오늘 당신을 편안하게 만든 루틴이 있었다면 떠올려보자.

루틴은 반복되는 지루함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평온함이다.

그 시간 동안 어떤 감정이 들었나?

그 루틴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다섯째 날

오늘 몸이 기억한 행복은 어떤 것이었나?


여섯째 날

오늘의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면, 그 순간의 나를 떠올리며 적어보자.


일곱째 날

이번 주, 가장 따뜻했던 기억 하나를 저장해 보자.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려보며

지금의 당신에게 조용히 들려주자.

이 기억은 앞으로 어떤 날에 꺼내보고 싶은가?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지키고 위로할 수 있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


행복은 몸에도 저장된다.

우리는 기억을 선택할 수 있다.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

어떤 감정을 간직하고 싶은지...


행복한 순간을 적는 이 연습은

지나온 나를 다정하게 껴안고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행복한 기억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감정 비상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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