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요

by 기다림

1학년 글쓰기 수업 여러 분반 중

특정 한 분반에는

나에게 편하게 말을 거는 학생이 있다.

너무 편해서 가끔은 초등학생 같기도 하다.

그래도 침묵보다는 애살있게 질문하고

말도 걸어주면 감사할 뿐이다.

긴 글쓰기를 시작한 지 며칠 째

지친 학생들을 다독이며

나도 진이 빠진 날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그 학생이 나왔다.

또 질문을 하려나보다 싶었는데

갑자기 나에게 키링 하나를 건넸다.


어맛!

이건 내가 갖고 싶어 했던 우리 학교 마스코트 키링!


하지만

학생이 돈을 주고 산 선물은

받을 수는 없었기에 물어봤다.


"이거 산 거야?"

"아니요. 도서관에서 책 읽고 받았어요."

"도서관에서 책 읽었어? 기특하네."

"마침 이벤트 하는 책이었나 봐요. 읽고 반납했더니 선물로 주더라고요."

"오!!! 대단한데.

근데 선물 받은 걸 나를 주는 거야?"

"선생님 닮았어요."

"응? 나 곰돌이 같니?"

(난 역시 곰돌이 상인 가보다 '○')


그런 나를 보며 받은 선물을 주었다.


"선생님 이거 좋아할 것 같았어요. 자요!"


자 / 자요

경상도에서는 '여기요'하면서
물건을 건넬 때 '자요'라고 말한다.
반말로 '여기'하며 건넬 때는 '자'

'오다 주웠다!' 느낌으로 말이다.
역시 경상도는 무까끼하다.
그래도 그 무뚝뚝함에 따스함이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