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수요일이다.
어제까지 따뜻해서 벚꽃이 만개했는데
그 순간을 즐길 새를 주지 않으려는 듯
봄비가 내린다.
비도 눈도 잘 오지 않는 우리 지역에
이번 봄처럼 일기예보가 정확하게 비가 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비 내리는 수요일 오전 글쓰기 수업
마침 오늘은 지난 시간에 작성한 개요로
원고지에 글을 쓰기로 한 날이다.
비도 오는데 글쓰기라니!
얼마나 힘들까!
아이들의 괴로움이 느껴졌다.
수업에 들어가서 최선을 다해 텐션을 끌어올렸다.
꽃구경도 못 했는데 비가 내리니 속상하다는 둥
어젯밤에 산책 나가서 꽃구경 하려고 했는데
아들이 투덜거려 못 했다는 둥
나의 일상을 과장되게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이 이야기로 조금이라도 웃으며
글을 쓰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몇 가지 유의사항을 안내했고
아이들은 열심히 써 내려갔다.
탁탁탁탁
32명 아이들의 연필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의 상황을 둘러볼 겸 교실을 돌아다녔다.
아이들은 손들고는 하지 못하는 질문들도 하고
괜히 나에게 농담도 건넸다.
어여쁜 한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고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벚꽃 잎 하나를 건넸다.
수업 오기 전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았는데
꽃구경을 못 했다는 나에게
그중 하나를
소중한 벚꽃 잎 하나를 나에게 준 것이다.
감동이었다.
꽃보다 어여쁜 나의 학생♡
덕분에 나의 이 순간도
분홍빛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