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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담긴 것들을 따라서.

어쩌면 너무 이상적일지도 모를.

by 뱅울

겨우 이틀 남은 2024년에 혼자 나의 2024년을 되돌아보며 생각했다. 올해 중간중간 계속 말해왔지만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았을 때, 올해만큼 뿌듯하고 꽉 차고 평온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다. 그렇게 정말 소중하고 완벽했던 2024년이 끝나간다. 부랴부랴 다이어리를 사러 교보문고엘 갔다. 손바닥만 한 다이어리를 하나 사 들고서 올해 가본 카페 중에 제일 좋았던 곳으로 향했다. 제일 좋았던 공간에서 좋아하는 커피를 시키고 내년을 상상하며 다이어리를 펼쳤다.

카페도진에서.

미래를 상상하면 항상 어미가 "그랬으면 좋겠다", "했으면 싶다", "이러길 바란다"로 끝난다. 난 왜 이렇게 나한테 바라는 게 많을까. 쓰는 내내 헛웃음이 지어졌지만 바라는 것들은 상상할수록 점점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수많은 욕심 속에서 한 문장이 내내 맴돈다.


- 여전히 예쁘고 자그마한. 그렇지만 만든 사람의 시간과 상상이 한가득 배어있는 그런 것들을 있는 힘껏 사랑하고 싶다.


쓰고 나니 참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의 이상적인 바람 같아서 이 문장을 쓰고선 아차 싶었다. 그런데 자꾸 여기서 맴도는 걸 보면 이거 진짜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고 마무리지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남편과 유튜브를 봤다. 요즘 우리는 종종 우리의 공간을 짓거나 꾸미는 것 그리고 우리의 생각을 공간에 녹여내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것과 관련된 인터뷰였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이야기. 온라인 마케팅은 하지 않고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진심과 그 노력에 대한 얘기였다. 인터뷰의 후반부에 사장님은 그렇게 얘기했다. 상업적인 일을 하면서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모순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럼에도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위해 열심히 해나 가보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대중들이 손톱만큼이라도 알아봐 주고 다시 찾아와 주는 것이라고. 그 말을 듣고서 어제 방문했던 '로컬스티치'가 생각났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마음과 상상과 생각들이 담긴 물건들을 전시하고 그 진심이 적힌 메모가 상품들 옆에 걸려있던 곳. 그리고 그곳에서 그 설명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나는 한아름 감동을 받았었다. 그 설명들이 상품하나하나에 배어있는 것만 같아서 자꾸만 들여다보고 색을 보고 그림을 봤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역시 진심이다라고 되뇌면서.

로컬스티치회현에서.

그러고 보니 요즘 나는 진심을 다루는 것들 앞에서 자꾸 멈춰 서는 것 같았다. 최근 내가 자꾸 들여다보는 어플 '자습성가'도 그렇다. 자습성가 어플의 메뉴에는 만드는이유 라는 항목이 있다. 만드는 이유라니. 대놓고 이걸 만든 진심을 들여다봐달라는 것. 또 유독 구구절절한 것들에 마음이 가는 나에게 무언갈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이 어플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위해', '부디 이 공간 안에서 나다운 성장을 이뤄나가실 수 있도록'으로 풀어져 있는 진심이 어플을 사용하는 내내 들어서 작은 것 하나에도 들어가 있는 디테일들이-예를 들면 매일 투두리스트를 체크했을 때 뜨는 말이 바뀌는 것과 같은- 자꾸만 마음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걸 자꾸 들여다보고 싶으니 매일 뭔갈 해냈다. 사용한 지 넉 달째. 정말 나답게, 나만이 꿈꾸는 '되고 싶은 나'에 한걸음 더 나아갔음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나아가진 것은 자꾸만 하게 하는 진심 덕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습관 만들기 투두 어플 <자습성가> 어플 내의 만드는 이유 탭

유난히 올해는 단순하게 상품과 서비스가 좋은 것을 떠나서 이 속에 담긴 개발자 혹은 제작자의 마음을 자꾸 내비치는 것들 앞에서, 그 마음들을 읽고 또 읽다 보면 그 마음이 내 마음 같아서 한번 더 손이 가고 한번 더 마음이 갔다. 진심을 넣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완성된 것들에게 반짝임을 더해주는 그런 마법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생각의 끝에 다시 오늘 적은 문장을 곱씹어본다. 나에게서 나온 문장 속에 구구절절 나열된 '예쁘고 자그마한. 그렇지만 만든 사람의 시간과 상상이 한가득 배어있는 그런 것'은 진심을 풀어쓴 말이었나 싶다.


사람들의 진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2025년을 잘 가꾸어나갔으면. 동시에 나만의 진심을 한가득담은 것들을 계속 쓰고 만들고 그려나가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5년에 가지는 첫 번째 욕심을 이렇게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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