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도미노
<무지개 물고기>라는 책을 아는가? 1992년 발행된 이 그림책은 2024년인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인 그림책이다. 나의 첫 그림책으로 추정되는 무지개 물고기>를 나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거의 너덜너덜해져서 헌책방도 가지 못할 이 책을 내가 가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책에 있다.
언뜻 못생겨 보이기도 한 이 물고기는 반짝거리는 무지개색의 비늘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무지개 색인 게 아니라 무지개 '박'이 붙여져 있다. 후가공으로 책에 무지개 물고기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 후가공으로 박 작업이 되어있다.
반짝반짝한 비늘, 물론 그것도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5살 정도의 나에게 통했던 이유이다. 진짜 이 책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5살 때 아빠가 생일선물로 주신 책이기 때문이다.
"2004. 8. 18. 유진이의 다섯 번째 생일. 아빠 선물"
5살의 나는 이 책을 받고 어떤 반응이었을까. 구겨지고 헤진 책 상태를 보면 꽤나 자주 읽었던 것 같다. 원래 아이들은 읽은 책을 또 읽고 또 읽어달라고 하니까.
헌책방에 가본 사람들은 그곳이 선물로 가득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지개 물고기>처럼 면지에 편지가 쓰여 있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선물이었던 책은 선물을 준 사람의 마음만을 전하고 다시 껍데기가 되어서 헌책방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한 달 전 신촌에 있는 한 헌책방에 가서 그림책을 구경하다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그 책 앞에는 어른의 글씨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0 0이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00아저씨가'라고. 무슨 사연이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왜 버리게 됐을까. 이사 가느라? 아니면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아서? 이런 느낌의 가벼운 이유이길 바랐다. 선물을 준 아저씨와 사이가 틀어졌다거나 자기도 모르게 잃어버렸거나 하는 슬픈 사연이 아니길 바라며 다시 주인 품으로 갈 수도 있는 그 그림책을 다시 그곳에 꽂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