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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유진 Oct 21. 2024

부평문고에게


그래서 나는 이 작업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본다. 왜 1년이 되도록 부평 문고를 놓지 못하고 있는 걸까. 헤어진 연인을 대하는 것보다 더욱 질척거리는 이 마음. 헤어졌으면서 계속 이름을 검색하고 그에 관한 글을 쓰고 그를 떠올려 그림을 그리는 이 지긋지긋한 여성.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난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서점은 보통의 공간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사라져서는 안되는 곳이다. 

왜냐하면 서점은 삶을 만드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도록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이야기를 내어주고 그 이야기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해주었으며 언제 가도 두 팔 벌려 환영해 주는 곳. 평생에 걸친 나의 모든 관심사를 다 알고 있는 곳. 추운 날은 따듯했고 더운 날은 시원했고 슬픈 날은 위로해 줬으며 행복한 날은 함께해 주는 곳. 그게 서점이다. 

나를 만든 부평 문고를 조금 더 그리워할 명분을 찾았다. 나는 언젠가 삶을 만드는 서점을 열어야지, 그곳에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이제 내가 부평 문고에게 돌려줘야 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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