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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자씨 Nov 30. 2021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람다 문학상, 게이소설 부문

근자씨의 서재 - 게이소설이라 쓰고, 성장소설이라 읽는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 정지현 옮김

CALL ME BY YOUR NAME

Andre Aciman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원작 소설


1980년대 이탈리아 북부를 배경의 소설.


평소 동성애에 관심도 없고, '퀴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다.

동성애를 옹호하지도 않지만, 혐오하지도 않는다.

다양성은 존중해야 하며, 다름을 틀린 것으로 해석하여서는 안된다.

다름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

이런 나의 평소 신조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내용은 유쾌하지 않았다.

소설의 도입부분 부터 계속해서 ‘동성애’에 대한 암시는 읽는 내내 불쾌한 불안감이 들게 만들었다.

동성애에 대한 내용이 맞구나라는 확신과 직접 눈앞에서 펼쳐지는듯한 매우 사실적인 동성애의 묘사는 그 불쾌감을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 보는 것과, 글을 통해 보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글'은 상상력을 더욱 자극 한다. @영화 'Call Me By Your Name'

하지만, 점차 동성애에 대한 내용 보다는 인간관계 그 자체와, 인격의 성장에 대한 내용이 눈에 들어오자 그 불쾌감은 해가 뜨면 따스한 햇볕아래 점차 걷히는 겨울안개와 같이 사라졌다.

주인공이 동성애 관계 이후에 고민하는 부분, 그리고 아버지에게 직접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관계를 눈치채고 있는 아버지와의 대화 부분은 마치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부분에서의 느낌과 같이 포근한 느낌을 받았다.

결국 이 소설은 동성애 소설이라기 보다, 성장소설이며 인간관계와 인생전반을 아우르는 소설인 것으로 나름 결론 냈다.

'지하철에서 읽기에 눈치가 보였다.'는 사람도 있었다.

로마에서의 이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엘리오에게 해주는 이야기


“앞으로 아주 힘든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사실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어요. 감정을 느끼는지조차 모르겠어요.”

“두려워하지 마라. 그런 시간이 올거야 적어도 나는 오기를 바란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올 거다. 자연은 교활하게도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내거든. 이것만 기억해라. 난 항상 여기 있다. 지금은 네가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 이런 느낌이 찾아오기를 바라지 않았을 수도 있고, 하지만 네가 한 일을 느껴 보려고 하려무나.”

“너희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어. 우정 이상일지도 모르지. 난 너희가 부럽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부모는 그냥 없던 일이 되기를, 아들이 얼른 제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랄 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그냥 없던 일이 되기를, 아들이 얼른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랄 거다. 하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네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밤에 잠을 못 이룰 만큼 자기 안으로 침장해 들어가는 건 끔찍하지. 타인이 너무 일찍 나를 잊는 것 또한 마찬가지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뜯어내기 때문에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결핍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할 때 줄 것이 별로 없어져 버려. 무엇도 느끼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My Epilogue

영화에 대해서는 '아름답다'는 의견이 많아서 꼭 볼 것이다.

그리고, 영화보다 책을 먼저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의견이 많았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면 계속해서 영화의 장면과 주인공들이 그대로 떠올라서 책을 볼 때 즐길 수 있는 상상력이 제한된다.


My highlights in the book


욕망을 시험하는 건 자신이 뭔가를 원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손에 넣으려는 술수에 불과하다. (p. 59)


내 안에서 행복의 근원을 찾으면 타인에게 의존할 필요 없이 다음에도 나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 (p. 68)


하루는 아버지 서재에서 책을 보다 잘생긴 기사가 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공주는 기사를 사랑했지만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듯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우정이 싹트지만 어쩌면 그 우정 때문에 겸허해져서 그 기사는 고백할 수가 없었다. 솔직함을 금하는 그녀 앞에서 자신의 사랑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사는 공주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말하는 것과 죽는 것 중에 뭐가 낫습니까?” (p. 85)


“넌 혼자 있는 게 좋아?”

“아뇨.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난 그걸 견디는 법을 배웠죠.” (p. 100)


'죽도록 원하지만 시작하면 참을 수 없을지도 모르니 아예 시작하지 않겠다’ (p. 124)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p. 173)


어쩌면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은 짧은 휴가가 아니라 사랑의 도피였다. 서로 돌아갈 목적지가 다른 티켓을 쥐고 있을 뿐. (p. 236)


#복숭아 #퀴어 #관계 #북부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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