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차 바리스타의 퇴사 선언!
"저, 퇴사할래요."
난 말에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항상 입 밖으로 뱉는 버릇이 있다. 뱉은 말은 지켜야 하는 성격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난 내가 뱉은 말의 힘을 믿고 하고자 하는 일들은 그렇게 해냈었다.
이번 회사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퇴사 선언'은 약 2년간 생각만 하고 최대한 미루다가 뱉은 말이었다. 더 이상은 이 생활을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이 나날이 짙어졌었다. 일을 하고 있으면 나 자신이 점점 물속에 침체되어가는 듯해 가끔은 숨이 막힐 때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말하며 "저, 그래서 퇴사하려고요"라고 퇴사 선언을 하니 뜻밖의 대답이 나왔었다. 다들 "그래,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 이제 좀 쉬어도 돼"라는 위로의 말. 이 시국에 그만두면 뭐할 거냐, 그만두고 계획은 있냐, 이 시기만 지나면 또 괜찮아질 거다 등등등 이런 말들을 예상했었는데 아니었다. 나의 예상 밖 대답들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한참을 울었었다. 내가 고생한걸 진짜 알아주고 있었구나, 나 정말 힘들었는데 쉬어도 되는구나 하는 무언의 퇴사 동의를 구한 것만 같았다.
난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위해 공부를 2년, 직업으론 약 11년을 했었다. 쉼 없이 해온 사회생활을 잠시 멈추고 그동안의 생활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후회 없는 10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 보기도 했고 바리스타로 일하며 이런 일도 겪어보나? 싶은 상황들도 겪었다. 동료들에게 고객들에 상처를 입고 눈물도 흘려봤고, 내가 사람을 이렇게 싫어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의 인간관계도 겪어보니 지난 11년간 내가 겪은 감정들이, 경험들이 다채로웠구나 싶다.
다채로웠던 경험들을 기록하며 누군가는 공감을, 누군가는 위로를 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