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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Oct 27. 2023

주인장 맘대로 서비스 달라지는 전주 <동백수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주인공 동백이가 생각나는 맛집


'동백꽃 필무렵'이라는 TV드라마가 있다. 우리 아내님께서 최애하는 작품 중 하나라 나 역시 옆에서 곁눈질로나마 꽤 열심히 봤던 드라마인데, 극중에서 아주 매우 많이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며 시골에서 까멜리아라는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역할로 나오는 주인공 동백이(공효진 분)가 "내 집에선 안주는 내가 주고 싶은 대로 줘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동네에서 나름 유지랍시고 거들먹대며 그녀에게 치근대는 노규태(오정세 분) 사장에겐 죽어라고 서비스 안주인 땅콩을 안 주면서 "정히 먹고 싶으면 돈 내고 사먹으세욧!" 하고 갈군다든가, 노규태 부인으로 나오는 변호사 홍자영(염혜란 분)에겐 뭐가 그리도 마음에 들었는지 시키지도 않은 안주를 서비스라고 공짜로 막 갖다 안겨준다든가 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동백이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손님이 왕인줄 착각하는데, 왕은 손님이 아니라 주인인 나라구요"라고. 노규태처럼 자신을 깔보고 치근덕거리는 진상 손님에게는 술집 까멜리아 주인으로서 자기 맘대로 남들 다 주는 서비스 안주조차 안 줄 권한이 있고, 마음 통하는 홍자영 변호사에겐 비싼 안주도 서비스로 막 내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전주 서신동 한 골목길에 위치한 '동백수산'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이 TV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동백이를 떠올렸다. 가게 외관을 처음 봤을 땐 '이 집 이거 영업하는 집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스산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 뻑적지근한 술상을 받아보니 '이 집 이거 곁보기와는 달리 정말 실속있는 맛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코스 요리처럼 연달아 나오는 각종 안주들이 정말 다양하고도 푸짐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시원한 조개탕과 함께 태전, 꼬막 무침 등 가벼운 안주거리들이 나오더니, 뒤이어 회와 전복, 조기구이 등 묵직한 안주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그중 압권이었던 건 '동백수산'이라는 상호와는 다소 동떨어졌다 싶은 수육이 요즘 한창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먹음직스런 파김치와 함께 등장한 것. 사장님이 직접 담았다는 그 '존맛' 파김치는 수육과 더불어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며 우리 일행들 입을 즐겁게 만들어줬다.


순간 어지간히 술에 취한 와중에도 '이 집 이거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횟집에서 웬 수육이 다 나온대?" 하고 일행에게 물었는데, 평소부터 단골이라는 그의 대답인즉 "이 집은 주인 맘이야. 사장님이 주고 싶으면 이것저것 서비스로 그냥 막 줘버리는 집이거든 하하" 하고 깔깔거렸다. 순간 TV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주인공 동백이가 떠올랐다. 이 동백수산이란 가게 주인이 동백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 거다.



그렇게 봐서 그런가 음식들을 서빙하는 중간중간 "더 필요한 거 있음 말씀하세요" 하고 말하는 사장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맛은 물론 양까지 고루 충족시킨 안주 접시들이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이게 웬 기대치 않았던 호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안주는 또 뭐가 등장할까 하는 기대감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마구마구 솟아 올랐다.


메뉴판에 적어놓은 가격 정책도 그런 사장님 성격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는 느낌이었다. 3인 9만원인데, 4인으로 넘어가는 순간 가격을 뚝 잘라 10만원만 내란다. 음식 양과 퀄리티를 감안하면 1인당 3만원도 싸다는 생각이 드는 판에 4인부턴 파격적인 할인까지 더해주는 사장님의 시원시원한 성격이 느껴져 이 집은 진짜 찐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가성비와 가심비가 워낙 좋다고 소문난 맛집이라 방문을 원할 경우 예약은 필수이며, 일요일 휴무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예약 혹은 문의 전화는 063)252-8085로 하면 된다. 


한가지 단점은 주차장이 따로 없어 골목길에 눈치껏 주차를 해야 한다는 건데, 그 정도 불편쯤은 감수할 가치가 충분하다.




사실 동백수산은 SNS에 올리겠단 생각 1도 없이 순수하게 술 한 잔 마시러 갔던 곳이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먹기에만 바빠 제대로 사진도 찍지 못했다. 그런데 한참 먹다 보니 문득 맛집으로 한번 소개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먹다 보면 자연히 느끼게 되는 <찐맛집>이란 얘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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