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생애 처음으로 된장과 간장을 담갔다. 한국 음식에서 장이 맛있으면 모든 음식이 자동으로 맛있어진다는 말에 큰맘 먹고 도전했다. 장을 만드는 과정은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갔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보며 “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된장은 기대 이상으로 깊고 풍부한 맛있었고, 간장 역시 훌륭했다. 특히 그 간장으로 국을 끓이면 다른 조미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깊은 맛이 났다. 그때 담근 된장과 간장은 친정 식구들과 지인들에게 나누어 함께 즐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가족이 된장만 먹은 것도 아니어서 꽤 오랫동안 먹을 수 있었다.
매년 장 담글 때가 되면 “올해도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재료는 간단하다. 물론 메주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메주를 직접 만들 경우, 일은 정말 엄청난 노동이 된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도전 욕구를 사라지게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시판 메주를 사용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재료는 천일염이다. 간수를 빼는 것이 중요하다. 몇 해 전, 신안 천일염 20kg 두 포대를 사서 간수가 잘 빠지도록 보관했다. 그 천일염을 볶아 식힌 후 곱게 갈아 모든 요리에 사용했다. 장을 담글 때도 간수가 잘 빠져 보슬보슬한 천일염을 사용했다.
장을 담그기 위해 물도 중요하다. 나는 수돗물을 하룻밤 재워서 사용했는데, 그 이유는 염소와 같은 화학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수돗물에는 소독을 위해 염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염소가 발효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수돗물을 하룻밤 동안 재워 염소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게 했다. 이렇게 하면 물의 맛과 품질이 개선되어 발효에 더 적합한 물이 된다. 정수기 물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는데, 미네랄이 부족해 장을 담그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또한 숯과 마른 고추도 준비해 주었다.
나는 25L 크기의 항아리 두 개를 준비했다. 이 항아리는 된장과 간장을 담기 위한 용도였다. 이 크기는 장을 담글 때나 매실청을 만들 때 사용하기 좋은 사이즈다. 항아리를 깨끗이 세척하고, 안쪽에 소주를 고르게 발라 몇 분간 소독한 후, 깨끗한 물로 한 번 헹구었다.
메주 5kg, 소금 3.5kg, 물 16L를 준비했다. 메주는 솔로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후,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았다. 수돗물에 소금을 녹여 소금물을 준비했는데, 농도는 계란을 넣었을 때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물 위로 떠오르면 적당하다. 장을 2월이나 3월에 담글 경우에는 소금을 조금 더 추가한다. 소금을 다 녹인 후 보면 불순물이 많이 보이는데, 이를 제거하기 위해 깨끗한 면보로 소금물을 걸러 항아리에 부었다. 준비된 소금물을 항아리에 부었으면 메주가 뜨지 않도록 누름돌로 눌러주고, 준비한 숯을 불에 달궈 항아리에 넣어주었다. 달군 숯은 항아리 내의 유해 미생물을 억제하고 유익한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해 발효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마른 고추를 넣어주면 1차 작업이 끝난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맛있는 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도하며 뚜껑을 덮었다. 시간이 지나 60일 정도 후에 장 가르기를 한다. 장 가르기는 소금물에 잠겨 있던 메주를 건져내어 고체와 액체를 분리하는 작업이다. 60일이 지나면 맑고 투명했던 소금물이 진한 황토색을 띠게 된다. 이때 메주를 꺼내 으깨면 된장이 된다. 된장을 만들 때는 메주 가루와 곱게 간 천일염을 추가해 양을 늘릴 수 있다. 그리고 갈색의 소금물은 면보로 걸러 끓여주는데, 이를 장달이기라 부른다. 이렇게 달인 간장은 조선간장이라고 한다.
완성된 된장과 간장은 항아리에 보관할 수 있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해 된장 위에 천일염을 눈이 소복이 쌓인 것처럼 뿌려준다. 이런 과정을 피하고 싶다면 냉장고에 바로 보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냉장고에 넣기보다는 조금 더 발효의 시간을 주는 것이 깊은 맛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모든 과정은 혼자 하기 어렵다. 남편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 메주를 으깨고 항아리를 옮기는 등의 작업은 혼자서는 결코 쉽지 않다.
발효 음식이 주는 깊은 맛과 풍미는 그 기다림의 가치가 충분하다. 새로운 요리에 대한 도전 욕구가 다시금 피어오른다. 다가오는 겨울, 오랜만에 다시 장을 담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