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문 들었어요? 아니 왜, 지난번에 내가 한 번 말 한 적 있잖아요. 응응, 맞아요. 반죽리. 얼마 전에 내가 또 만났잖아, 거기 다녀온 사람을.
진짜 소문이랑 똑같더래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숲속 마을을 기대했다면 좀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현실세계에서 그 정도면 충분히 포근하고 낭만적이다더라고요. 그리고 그 사람이 하나 더 말해줬는데요, 그 마을에서는 해가 뜨는 시간도, 저무는 시간도 정확하지 않더랍디다. 네, 그러니까요. 시간의 단위가 24시간이 전부를 아닐 텐데 아이고 사람들도 참.
옥화씨요? 당연히 만났대요. 그 마을이 반죽리로 불리게 된 것도 다 옥화씨 덕분이잖아요. 요즘 같은 세상에 빵을 직접 굽는다니, 희귀하고 또 신기한 일 아니에요? 누구도 시킨 적 없는데 구워진 빵의 온기가 식기 전까지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요. 반죽 치대는 소리가 들리면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든대요. 자석에 이끌리듯 그 사람도 동네 사람들 대열에 슬그머니 끼었다나 봐요.
상상한 거랑은 다르게 막상 안에는 특별한 건 없었대요. 정사각형 반듯한 공간에 크고 길죽한 테이블 하나와 무수한 의자가 전부인 곳. 반죽의 질감과 빵 굽는 냄새만이 그득한 공간이라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대요. 그러니까. 겨우 흉내 낸 후각 입자로만 맡아본 게 전부지 누가 진짜 빵 냄새를 맡아봤겠냐고요. 나도 사실 딴 건 모르겠고, 그 냄새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라도 죽기 전에 반죽리에 꼭 가고 싶다니까요.
옥화씨가 어떻냐니요? 글쎄. 아무리 소문들을 모아도 별 게 없어요. 워낙에 말이 없기로 유명하니까요. 빵을 굽는다는 건 무언가를 오래 바라보는 일이니까. 참, 이것도 새로운 정보인데요. 화덕 속에서 온기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옥화씨가 글쎄, 완성한 반죽 위 손을 얹고 한참을 가만히 서 있더래요. 기도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뭘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주문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에 다녀온 그 사람이 눈썰미가 은근히 좋거든. 그래서 알아차렸을 거예요, 아마. 아주 잠깐이지만 분명히 손을 얹는 게 의미 없는 행동은 아닌 것 같았다고 했어요. 그 사람 말이 그렇다면 맞을 거에요.
사람들은 그저, 각자의 의자에 앉아 그녀의 손을 거쳐 태어난 그 날의 빵을 기다린대요. 그러니까요. 꼭 빵 때문만은 아닌 거죠. 아휴, 나는 언제 거길 가 보나 몰라. 어김없이 매일 하나의 빵이 태어나고, 필요없는 것들은 식고, 시간은 흐르지 않고. 그 곳, 나도 옥화씨 한 번만 만났으면 소원이 없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