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2의 췌장이었던 인슐린 펌프

인슐린 펌프 사용법 및 장단점에 대하여

by 밤고구마

내가 청소년일 때, 아무래도 성장시기이다 보니 부모님께서 당뇨 때문에 나의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까 염려되는 마음에 ‘인슐린 펌프’를 이용해 보자 하셔서 청소년 때부터 20대 후반까지는 ‘인슐린 펌프’를 사용했었다.


‘인슐린 펌프’는 배나 팔 또는 허벅지에 미세한 주삿바늘을 꽂고 기계와 연결된 채 주사를 주입하게 한다. 주삿바늘은 최대 5일을 꽂을 수 있으며, 주사부위는 번갈아가면서 맞게 한다. 이 기계 자체에 주사 맞는 패턴을 미리 세팅해 놓은 다음, 식사 전후에 ‘인슐린 주사’처럼 번거롭게 맞지 않고도 바로 식사 주사를 맞을 수 있게 해 주며, 기초 주사량도 기계에 미리 세팅해 놓으면 자동으로 알아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루에 들어가야 하는 총 기초 주사량을 세분화시켜 하루 내내 체내에 주사량이 조금씩 들어가도록 해준다.




‘인슐린 주사’와는 다르게 ‘인슐린 펌프’를 사용했을 때의 좋았던 점은 확실히 혈당 조절이 잘 되었다는 것이다. 알아서 세팅한 대로 기초 주사량이 들어가고 식사 전후로 식사 주사량을 빨리 맞을 수 있어서 간편했던 점이 많았다. 또한 먹는 거에 따라서 또는 추가로 간식이나 음식을 먹을 경우에는 주사량을 바로 조절해서 쉽게 맞을 수 있었던 점이 매우 용이하였다.

그리고 그 덕에 당뇨로 인해 많이 빠졌던 살들이 다시 붙게 되었고, 청소년 시기에는 ‘인슐린 펌프’ 덕분에 신체적으로 잘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면서 분명 좋았던 점들도 있었지만 사실 좀 불편했던 점을 더 많이 느끼곤 했었다.


우선 사춘기 시절의 나는 인슐린 펌프를 매일 차고 있어야 하다 보니 기계를 숨기기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그때 당시에 샀던 인슐린 펌프는 부모님께서도 나의 그런 걱정되는 부분을 고려하여 다른 펌프기계들보다 제일 작은 펌프기계로 샀었다.


나는 항상 펌프를 목에 걸고 있었고 배에 주삿바늘을 붙인 채 늘 교복 안에 펌프기계가 덜 보이도록 노력했었다. 그러나 펌프기계를 숨긴다고 해서 다 숨겨지지도 않았다. 잘 보면 기계 때문에 아랫배가 살짝 불룩 나와 보이기도 해서 나는 부끄러움에 최대한 배에 힘을 주고 앞으로 구부리고 있었던 적도 많았다.

그렇지만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친구들은 가끔 목에 걸고 있는 저 검은 줄이 뭔지 궁금해하기도 했었고, 배 부분에 살짝 불룩 나온 부분을 보고 저게 무엇인지, 무슨 물건을 달고 있는 건지 궁금해서 간혹 나에게 물어보기도 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대충 이유를 둘러대서 넘기곤 했었지만 사실 그때 당시 나는 친구들이 내가 당뇨인이란 걸 몰랐으면, 인슐린 펌프란 기계를 차고 있다는 걸 몰랐으면 했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이런 사소한 관심이 나에게는 좀 스트레스였던 거 같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나는 학창 시절에도, 대학생 때도, 직장인이 되어서도 항상 신체활동이 자유롭지는 못했다. 기계 자체에 가죽케이스를 끼우곤 했었는데 기계이다 보니 기계가 망가지면 안 되니까 보호차원에서 나의 신체를 자유롭게 쓰지 못했던 것 같다.


또한 조금이나마 자유로운 움직임을 위해 팔이나 허벅지보단 주로 배에만 계속 주삿바늘을 꽂고 있다 보니 간혹 배에 근육이 뭉쳐 딱딱하게 굳는 경우도 있었고, 주삿바늘을 붙이고 있으면 그 부위의 피부가 많이 가려울 때가 있곤 했었다.


그리고 가끔씩 야자 때나 시험 칠 때, 펌프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많이 난감했었다. 더군다나 펌프가 기계이다 보니 시험 치러 갈 때는 늘 감독관님께 인슐린 펌프에 대해 미리 말씀을 드려야 해서 힘들기도 했었다.


또한 간혹 펌프와 주사를 연결하는 호스부위가 가끔씩 깨져서 인슐린 약이 새어 나와 갑자기 혈당 수치가 고혈당으로 급격하게 치솟는 경우가 있었다.

집에 있는 경우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빨리 호스를 교체할 수 있지만, 학교나 밖에 있을 경우에는 중간에 집으로 다시 와서 호스를 빨리 교체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20대 후반까지 인슐린 펌프를 계속 사용했었는데 분명 좋은 이점들도 많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느꼈던 이러한 불편한 부분들 때문에 다시 인슐린 주사로 교체하여 현재까지도 계속 주사를 맞으며 생활하고 있다.


인슐린 주사로 다시 교체한 이후로는 나는 좀 더 신체적 활동이 자유롭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물론 당 조절이 어려워서 언젠간 다시 인슐린 펌프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이를 대비하여 인슐린 펌프를 따로 보관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게 더 좋고 편하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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