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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트 아울 Sep 23. 2024

선물세트

아무도 모르지만 주는 사람만큼은 진실을 알고 있다

크고 무거웠지만 주는 마음은 가벼웠다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마트와 쇼핑몰엔 선물세트 상품이 더욱 자주 노출된다. 선물을 통해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을을 표시하라는 것인지 혹은 선물을 바라는 사람이 있으니 가져다 바치라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석기시대부터 누군가, 어떤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는 풍습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다행히 올해 명절에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선물>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굳이 괄호를 치고 행운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나는 한 가지 진실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알고 있다. 선물을 건내기 전에 종이 가방에 담을 당시 그것은 겉으로는 크고 화려하며 무언가 비쌀 것 같은(실은 그렇지 않은) 부피감을 자랑하고 있던 것처럼 느껴졌지만, 다른 이해관계 없이 그 사람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피어나서 건넨 것이라는 사실을. 어떤 높은 곳에 있는 기관에서는 공직자의 친족에게는 금액 제한 없이 선물이 가능하다고 하다던데 그런 시답잖은 말장난이야말로 선물의 의미에 먹칠을 하는 악행이다.
공직자의 친족에게 주는 것이 선물이라는 말에서 가장 먼 '목적성'에 기반한 것이라면 내가 건넨 선물은 정말 그 사람에게 아무런 이득도, 심지어 감사인사도 기대하지 않을 만큼 마음이 차 올랐을 때 건네었다는 진실은 나를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준다(이런 면에서 공직자의 친족에게 건네는 선물과 달리 선물을 주면서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도 '그냥' 주는 선물이 더 나은 것 같다)
누군가는 항변할 수도 있다. 공직자의 친족에게 건넨 선물도 감사의 마음으로 그냥 준 것이라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전혀 모른다. 내가 양쪽 눈이 다 달려있어서 궁예처럼 관심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준 선물이 어떤 마음에서 건넨 것인지는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순진하게 기뻐할 수 있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선물을 건네고 어떤 미련이나 약속도 없이 떠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올 한 해도 저물어 간다. 내년에도 지금 같은 마음으로 무언가를 건넬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새해에도 이런 삶은 올해와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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