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 띠. 띠. 곧 당신의 주말이 폭파됩니다.
일요일 밤 9시. 여지없이 티브이를 켠다. 습관처럼 개그콘서트를 시청한다. 웃으려고 보는 개콘이지만, 어쩐지 뒤로 갈수록 불안감이 고조된다. 코너가 끝날 때마다 감정이 요동친다.
처음의 기대감은 '봉숭아 학당' 코너에 이르면 바닥을 친다. 이젠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이태선 밴드'의 엔딩곡은 월요일 아침 알람보다 무섭다. 이제 미적미적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몇 시간 뒤면 출근이다. 우울함을 주체할 수 없다.
일요일에 대한 아쉬움, 월요일에 대한 압박으로 벌벌 떨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이를 일요병이라 칭했다. 월요병보다 더 무서운 일요병은 주말의 온전한 휴식을 방해했다.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옥죄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일요병이 사라졌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나름 괜찮은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이를 깨닫고 우리의 지난 몇 년을 돌아보았다. 무엇이 우리 부부가 주말을 온전하게 즐기도록 만들었을까? 그리고 일요병을 극복하는 5가지 방법을 정리해보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출근 압박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몇 년 전 이사를 하며 티브이를 치웠다. 티브이 대신 책을 보자는 '이상'과 진짜 필요할 땐 인터넷 다시보기를 이용하자는 '패기'였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일요 예능은 직장인 시청자에게 재미와 함께 묘한 죄책감을 준다. 각 시간대별 프로그램이 끝나감에 따라 우리는 자동으로 시간의 흐름을 인지한다. 7시, 8시, 9시…. 시험 날짜가 다가오는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
그런데, 티브이를 없애고 일요 예능을 끊으면서 우리 부부는 주말을 온전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주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모른다. 그동안 우리가 시청했던 일요 예능은 주말의 끝을 알리는 시한폭탄이었는지 모른다.
나의 아내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시간이 흩어졌어. 이젠 시곗바늘의 노예가 되지 않잖아!
비슷한 맥락에서 SNS를 줄이는 것이 일요병 극복에 도움이 된단다. 주말 동안 올라오는 지인들의 예쁜 카페, 멋진 음식 사진을 보고 우울한 당신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남과 비교하기를 멈추면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될 것이다.
내일 우리가 출근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아직은 일요일이다. 어쨌든 월요일이 아니다! 곧 월요일 아침 알람이 울릴 테지만… 아직은 아니란 말이다!
현재를 즐겨라. 어찌 보면 흔한 말이다. 그러나 실천이 쉽지 않다. 현재를 즐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일요일 아침부터 월요일에 눈 뜰 아침에 걱정된다면 당신에게 이 연습이 필요할지 모른다.
온전히 주말을 즐기기 위해선 직무에 대한 생각을 차단해야 한다. 새로운 곳을 가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주말이라는 시간을 써보자. 쉴 때 쉬어야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당신이 티브이를 없애고 출근에 대한 불안도 극복했다고 하자. 그럼 이제 주말에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일을 할지는 자유지만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나의 경우는 글을 쓰고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이게 습관이 되면서 오히려 주말이 풍요로워졌다. 자기 계발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의 경우엔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기에 집필과 독서를 하지만, 당신은 스스로 좋아하고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된다. 그 대상은 운동일 수도, 요리일 수도, 인터넷 쇼핑일 수도 있다.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언가에 진정으로 몰입할 때 시간관념이 사라지는 경험 말이다.
몰입은 시간과 장소를 잊을 만큼 어떤 일에 빠져드는 심리 상태로, 어떤 행위에 몰입한 사람은 부가적인 보상 없이도 그 자체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몰입은 당신이 주말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내도록 도울 것이다. 진정으로 집중하는 시간은 분명 삶의 만족도를 높여 줄 것이다.
직장 일에 익숙해지면 출근이 조금 덜 두려울 것이다. 익숙해지는 일이 쉽진 않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말에 걱정해봐야 달라지는 일이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다.
당신이 심한 불안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렇게 외쳐보자.
에잇, 될 대로 돼라!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도 불안하다면 차라리 잠깐 출근해라. 나의 경우, 주말에 출근해서 단 2시간만 일을 하고 와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출근해서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해라.
사실 이거야 말로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입일 때 일요병이 가장 극심했다. 이제는 일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줄었고 삶의 많은 부분이 안정되었다. 의식주에 대한 걱정이 없어진 것도 여기에 한 몫했다.
평일에도 칼퇴근하는 연습을 한다면 주말이 더 즐거울 것이다. 칼퇴근하며 남은 일에 대한 생각을 사무실에 두고 오는 연습을 하자. 직장이 중요하지만 집에서의 시간까지 마음 졸일 필요는 없다.
직장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다. 나는 직장인이며, 아내의 남편이며, 여러 가지 꿈을 가진 사람이다. 직장 때문에 나의 다른 직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퇴근 후에는 온전히 나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평일에 일에 대한 생각을 끊는 연습을 하면 주말에도 그러기 쉽다. 일을 끊고 오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역시 세상 모든 일이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태생적으로 여유롭고 낙천적인 사람은 연습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실천이 어려운 몇 가지를 더 적어본다.
일찍 잠자리에 든다. 일요일이 아쉬워 늦게 잠자리에 드는 직장인이 많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수면 리듬이 깨지지 않아야 더 활기찬 월요일을 맞을 수 있다.
월요일 아침을 챙겨 먹는다. 안 그래도 짜증나는 월요일인데 배도 고프다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월요일 아침은 일부러 든든히 먹어보자.
직장에 출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직장이 내게 주는 크고 작은 복지와 봉급을 떠올려보자. 출근하는 나를 받아주는 곳이 있음에 감사하자. (하하.) 물론 나부터도 쉽지 않다.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특히 내일이 두려운 신입들에게 너어어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
파이팅이다!
|사진 출처|
* KBS2 TV 및 네이버 블로그
**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
*** 매일경제 신문 기사
**** 연합뉴스 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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